“30인 이상 기업이나 능력 있는 곳도 최저임금을 안 주는 곳이 적지 않은데 강력히 단속해 2020년 1만원 공약을 1단계로 정착시켜야 합니다. 하지만 영세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는 단속·처벌을 유예해 2단계 10인 이상, 3단계 5인 이상으로 확대하는 게 필요하죠.”
더문캠(문재인 캠프)에서 일자리 정책의 틀을 설계한 홍영표(60·사진)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지난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주도 성장과 양극화 해소에 꼭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지불 능력이 없는 곳까지 단속, 처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카드 수수료 인하와 공정거래 질서 구축, 세제 혜택 등의 보완책과 함께 주택·교육·통신비 부담 절감 노력을 펴며 단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랜드 외식 업체인 애슐리가 아르바이트생에게 최저임금(시간당 6,470원)조차 안 주다 사회문제화됐던 것처럼 30인 이상이나 능력 있는 기업도 위반 사례가 많은데 정부가 불법을 방치하고 있다”며 각성을 촉구했다.
그는 2012년 대선캠프에서 상황실장을 맡았고 이번에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과 함께 더문캠 일자리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활약했다. 새 정부 고용노동부·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물망에 올랐으며 내년 5월 더불어민주당 유력 원내대표 후보로 꼽힌다.
그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의 단계적 적용을 강조하는 것은 좋은 취지에도 역설적으로 소상공업와 자영업에서 자칫 해고 러시가 우려돼서다. 김진표 위원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복지카드 등 4조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고 카드 수수료 인하와 부가세 경감, 고용보험 확대 등을 준비하고 있다”며 “최저임금 공약은 무리가 가더라도 우선 시행하되 일정 매출이 안 돼 근로감독권 발동이 어려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2년가량 단속·처벌 유예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 위원장은 “임금근로자 1,970만명 중 700만명이 월 180만원 미만을 받고 이 중 337만명은 최저임금조차 못 받지만 100만명 정도는 여력이 있는 곳에서 근무 중”이라며 “근로감독관이 타임오프나 복수노조 중심으로 단속하는데 최저임금과 체불임금을 우선 단속하고 인력도 2배로 늘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기관 정규직화에 대해서는 “(파견·용역 등) 용역사에 이윤을 7%나 보장하고 있는데 이들을 거치지 않는 구조로 개편해야 한다”며 “다만 고용 불안을 해결하는 게 1차 목표라는 것을 노동계도 수용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6·30 부분 총파업을 벌인 민주노총에는 “문재인 정부가 ‘반노동 시대’를 끝내려고 하니 1년은 기다려달라”며 참여정부 초 화물연대·철도노조 파업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81만개 공공 일자리 이슈는 “일자리가 최악이라 공공이 마중물 역할을 하고 턱없이 적은 안전·보육·보건의료·복지 등 공공 서비스를 확충하기 위한 것”이라며 “공공 인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절반 수준인데 야당도 추가경정예산에서 관련 예산을 문제 삼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소기업에 3명 채용 시 한 명분은 3년간 지원하고 공정경제 구조를 만들며 벤처·스타트업을 활성화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 일자리 급변에 선제 대처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늘리기에 대해서는 “정부가 법정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이 아닌 68시간으로 후진국처럼 행정 해석한 것은 잘못이라 폐기하면 되지만 중소·영세업체 보완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역할을 다짐하며 “이해찬 총리 시절 시민사회수석으로 재계·노동계·종교계·시민사회와 1년간 머리를 맞대 2006년 ‘저출산고령화대책사회협약’을 이끌어냈다”고 소개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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