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여야 살해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박양이 우리 아파트에서 희생양을 찾으러 돌아다녔다는데 불안해서 못 살겠어.”
최근 인천에서 10대 소녀가 8세 여아를 유괴해 토막살인 낸 충격적인 사건이 세상에 떠들썩 하게 하면서 서울 송파구 한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불안감에 빠졌다. 그 이유는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이 발생하기 한 달 전 이 아파트 단지 내 가정형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일 때문이었다.
지난 2월 14일 10대 소녀가 이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집 건물 밖 게시판에 적혀 있는 이름을 보고 어린이집 안으로 들어가 ‘친척’이라며 두 살배기 유아를 불러내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 발생했다. 다행히 어린이집 교사가 해당 유아의 부모에게 전화통화를 하며 관계를 확인 하는 등 침착하게 대응해 범죄로 이어지는 일을 막았다.
송파구의 어린이집 사건은 그렇게 잊혀지는 듯 했지만, 인천 초등생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이 아파트 단지 내에는 흉흉한 소문이 급속도로 퍼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공범 박모(18)양이 이 아파트 단지 내에 거주했었고, 어린이집과 동물 병원 등을 돌아다니며 희생양을 찾으러 다녔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졌다.
아파트 단지 내 학부모들은 불안감에 휩싸이며 언제 자신의 아이들이 범죄 대상이 될지 두려움에 떨었다.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학부모 박모(44) 씨는 “초등학생 딸이 있는데 요즘은 너무 불안해 매일 아이를 데리러 간다”며 “주변 이웃들도 크게 불안해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하지만 경찰조사 결과 학부모들을 공포에 떨게 한 송파구 어린이집 유아 유인 미수사건의 용의자는 박양과는 무관한 10대 소녀였다. 경찰에 따르면 어린이집에서 유아를 유인하려 한 소녀는 중학교 1학년 A(13)양으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상태였다. 경찰은 유아를 유인하려 한 혐의로 A양을 조사한 뒤 소년보호사건으로 서울가정법원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박양과 송파 어린이집 사건과는 전혀 연관성이 없었고, A양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어 계획적 범행으로 보기도 어렵다”며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이 10대 소녀가 저지른 믿을 수 없는 범행이라는 점에서 사회에 미친 충격과 두려움, 불안 등이 괴소문의 진원지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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