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경전철이 사업성 부족과 안전 문제로 갈수록 꼬이고 있다. 지난 5월 의정부 경전철이 누적된 적자로 파산한데 이어 이번에는 서울 첫 경전철이 안전문제로 개통시기를 다시 두 달이나 연기했다.
서울시와 민간사업자 ㈜우이신설경전철은 열차의 운행간격을 조정하면서 추가 시운전이 필요해졌다면서 개통시기를 당초 7월말에서 9월초로 다시 늦추겠다고 11일 밝혔다.
우이신설선은 서울 강북구 우이동에서 동대문구 신설동까지 총 11.4㎞를 잇는 서울지역 첫 경전철이다. 경전철은 기존의 지하철과 같은 ‘중전철’에 반대되는 가벼운 전기철도라는 뜻으로, 지하철과 버스의 중간 정도의 수송능력을 갖춘 대중교통수단이다.
우이신설선은 당초 이달 29일 개통을 목표로 도시철도 안정성 검증의 마지막 관문인 ‘영업 시운전’을 하고 있었다. 우이신설경전철 측은 “출퇴근 시간 운영 간격을 당초 2분 30초로 계획했지만 (시운전 과정에서) 어린이 등 교통약자의 승·하차에 충분한 시간이 확보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열차 운행 간격을 3분으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열차 운행 간격 조정 이후 시스템 안정화를 위해 추가 시운전이 필요해졌다는 설명이다
우이신설선 공사가 시작된 것은 지난 2009년 9월이다. 9년째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지금에야 운행간격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그동안에도 시공사의 자금난, 민원, 안전사고 등으로 계속 공사가 지연됐고 시는 예정보다 2년 이상 늦은 2016년 11월 개통을 다짐했다가 다시 늦춰져 지금까지 온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운전 중인 경전철은 모두 6개다. 부산4호선, 부산-김해경전철, 의정부경전철, 용인경전철, 대구3호선, 인천2호선 등이다. 이 중에서 의정부경전철은 개통 4년6개월만에 누적적자가 3,676억원이나 쌓이면서 지난 5월 파산선고를 받았다. 파산 후에서 운영은 하고 있지만 여전히 적자가 쌓이고 있다.
경전철은 ‘적자철’에 다름이 아니다. 15~20㎞의 도시구간을 운행하면서 수송능력이 우수하고 건설비·인건비가 적게 드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면 2010년대 이후 전국에서 우후죽순으로 세워졌지만 당초 이용객 예상치에 못미치면서 적자가 쌓인 것이다.
의정부경전철의 2012년 예측수요는 하루 평균 7만9,049명이었지만 지난해 하루 평균 이용객은 3만5,000명에 불과했다. 의정부경전철의 손익분기점은 하루 12만명선이다. 2011년 9월에 개통한 경전철인 부산-김해경전철도 처음에는 하루 평균 17만6,000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지난해 5만여명에 그쳤다. 우이신설경전철은 2009년에 하루 이용객을 13만명으로 계산했는데 현재 비관적인 전망이 더 많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우이신설선 개통이 늦어져 지역 주민들의 많은 양해를 부탁한다”며 “시민 안전이 100% 검증된 후 개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