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저기서 딱 멈췄으면 됐는데 진짜 아깝다.”
13일 국내 지능형 모형차 경진대회가 열린 서울 성동구 한양대 올림픽 체육관. 센서 제어 알고리즘을 구현해 자율주행하는 가로 30㎝, 세로 45㎝ 크기의 지능형 모형차가 구불구불한 곡선주로를 내달렸다. 각종 장애물과 언덕을 넘어 결승선에 다다르기 직전 차벽에 부딪히자 객석에서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스마트카 핵심 기술을 설계하고 적용한다는 취지로 지난 2003년부터 매년 7월에 열리는 지능형 모형차 경진대회는 참가자들이 수개월 동안 직접 설계·제작한 지능형 모형차로 승부를 가린다. 올해는 전국 50여개 대학에서 총 100팀이 참가해 열띤 경합을 벌였다.
체육관 안은 에어컨이 가동돼 시원했지만 참가자 450명이 쏟아낸 땀과 열정으로 현장 열기는 바깥 날씨보다 뜨거웠다. 대회를 위해 꼬박 두 달간 밤을 지새웠다는 광운대 2학년 김건희(25)씨는 “모형차 주행에 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하는데 낮에는 햇빛 때문에 망가질 위험이 있어 두 달 밤을 꼬박 새웠다”면서 “결과가 좋게 나와 기쁘다”고 감격해 했다. 경북 구미에서 기차와 택시를 타고 6시간이 걸려 대회에 참여한 구미공대 4학년 장명규(27)씨는 “아쉽게 예선 탈락했지만 내년에 다시 도전하겠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순위가 정해지는 경진대회였지만 경기가 진행될수록 대학생들은 점차 서로를 경쟁자가 아닌 미래 자동차 시장을 함께 이끌 동반자로 느끼는 분위기였다. 객석에서는 각 팀의 지능형 모형차가 차선을 이탈하거나 장애물에 걸리면 아쉬움에 탄성이 터져 나왔다. 단국대 3학년 김건희(25)씨는 “많은 준비를 했는데 실격해 허탈하지만 결선에 올라간 팀들 모두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참가자들을 응원했다.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지능형 모형차 대회에서 미래 자동차 시장을 이끌 여성 엔지니어가 되겠다는 여대생들의 열정도 눈에 띄었다. 예선을 3위로 통과한 숭실대 4학년 유지원(23)씨는 “대회를 준비하면서 남학생보다 자동차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2배 더 공부했다”며 “구글 등 미래 차 업계를 놀라게 할 무인주행 차량을 개발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대상은 결선에 오른 20개팀 가운데 유일하게 모든 미션을 통과한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 FAE팀에 돌아갔다.
대회위원장인 선우명호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이번 대회는 자율주행자동차의 핵심 기술인 각종 센서들을 모형차로 구현해봄으로써 우리나라 자동차 기술경쟁력 제고에 기여하는 중요한 대회”라고 소개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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