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중국 인권활동가인 류샤오보의 유해가 사망 이틀 만에 화장돼 바다에 뿌려졌다. 유족의 거부에도 류샤오보 사망의 후폭풍을 경계하는 중국 당국이 ‘흔적 지우기’를 위해 이를 강행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6일 AP·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류샤오보의 형 류샤오광은 전날 오후 중국 당국이 마련한 기자회견에서 “동생의 시신을 화장하고 몇 시간 후인 정오께 바다에 뿌렸다”고 밝혔다. 사망 이틀 만에 이뤄진 화장이었다. 당국 역시 이날 류샤오보의 부인 류샤 등 유족들이 원형 유골단지를 바다로 내리는 모습을 찍은 영상을 공개했다.
그러나 유족들은 민간 장례 풍속대로 망자가 숨진 지 7일째 되는 날 음식을 준비해 넋을 위로하는 ‘두칠(頭七)’이라는 절차를 밟기를 원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홍콩에 본부를 둔 중국 인권민주화운동정보센터는 “류샤는 유골을 바다에 뿌리는 해장에 동의하지 않았으며 남편의 옥중 유품을 돌려받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중국 당국은 포털사이트와 검색엔진·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반체제 인사로 분류된 류샤오보에 대한 정보를 완전히 차단하는 한편 외부로 공개되는 외교부 브리핑에서도 그에 관한 질의응답 내용을 삭제하는 등 ‘정보통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부 중국인들은 류샤오보 관련 검열을 피하려 이름을 제외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문장을 올렸지만 당국은 ‘RIP(Rest In Peace)’라는 단어도 금지어로 지정하는 등 통제를 한층 강화했다. 그럼에도 홍콩에서는 15일 수천 명의 시민들이 고인의 추모와 류샤 석방을 요구하며 도심 촛불 행진을 벌이는 등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한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류샤오보 사망 이후 부인 류샤가 중국 민주화의 상징이 될 수 있다는 우려로 중국 당국이 그에 대한 감시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사회에서는 그의 해외 이주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지만 중국 당국은 류샤에게 합법적 시민의 권리를 보장하겠다고만 밝혔을 뿐 해외이주 문제를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류샤오보가 치료를 받던 선양시 정부 신문판공실의 장칭양 대변인은 류샤가 해외로 이주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중국 정부는 중국 시민으로서 그의 합법적 권리를 보호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류샤는 남편 대신 2010년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참석해 수상하려 한 뒤부터 가택연금을 당했으며 현재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류샤는 독일로 이주하고 싶다는 뜻을 베이징주재 독일대사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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