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있는 삶’, ‘칼퇴근’은 직장인들의 ‘로망’이다. 이를 반영하듯 ‘직장인들의 흔한’ 저녁 인사말은 “‘칼퇴’하시길”이다. 일과 여가의 불균형은 그저 직장인들의 불만만이 아니라는 것을 잇따른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 직장인의 평균 근로시간은 2,273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OECD 평균(1,766시간)보다 507시간, 가장 짧은 독일(1,371시간)보다는 무려 902시간이나 길다. 이렇게 오랜 시간 일을 함에도 OECD 구조개혁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09∼2015년 한국의 노동생산성 연평균 증가율은 1.9%로 직전 7년 평균(2.8%)보다 0.7%포인트 하락하는 등 생산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는 충분한 휴식과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근로환경이 일의 능률을 높인다는 데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상태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몇 년 사이 야근을 지양하는 ‘칼퇴근 문화’, 직장인 방학제도, 리프레쉬 휴가를 비롯해 회사에서 정서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휴식 및 여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직장들이 늘어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똑똑하고 빠르게 근무하자’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주 40시간 근무제에 연장근로 제한, ‘누적피로 제로화’에 도전하고자 리프레쉬 휴가, 육아휴직 3년 등 여가 시간을 지원하는 한편 혜민 스님을 초청해 마음 치유 콘서트, 스타 트레이너 숀리에게 몸매와 건강을 한번에 잡는 법을 배우는 등 여가 프로그램을 운영해 사원들의 근로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오케이몰은 직원들이 연차를 소진하기 않았을 때 해당 팀장의 연말 성과 점수를 삭감하는 등의 강력한 노력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일터와 놀이터가 공존하는 이른바 ‘구글식’ 근무 환경 만들기에 적극 동참하는 분위기도 조성됐다. 단체 공연 관람은 물론 여유롭게 차를 마시는 카페테리아 공간은 이제 일반화됐다. (주)성도GL은 사내 행사 공간을 이용해 미술전시회를, (주)넷맨은 업무에 쉼표를 찍고 피로를 풀고 가는 장소라는 의미의 ‘쉼표’라는 공간에 안마의자 등을 마련했으며, 유비벨룩스(주)는 실내 골프 연습장, 당구·탁구장 등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요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주)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는 직원들의 힐링 시간을 위해 사내 옥상 공간에 풍산개 2마리를 키우고 있다. 최근 일본 등에서는 직원의 정서적 안정감을 위해 반려 동물을 데리고 출근하도록 하는 문화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이처럼 여가 문화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를 확산하고 직원들의 정서적 안정감을 높이고자 노력하는 기업들을 지난 2012년부터 여가친화기업으로 선정해 다양한 문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는 오는 31일까지 여가친화기업 선정 신청을 받는다. 신청 기간에는 사전 컨설팅 희망 기업을 방문해 여가친화경영 관련 자문에 응하고 제도를 점검해 개선안을 제시한다. 이후에는 신청 기업을 대상으로 여가지원제도와 운영 기반, 임직원의 만족도 등을 기준으로 서면·현장 평가를 실시하고 심의를 통해 10월 중 여가친화기업을 최종 선정한다. 선정된 기업에는 기업문화홍보, 문화예술 행사(‘직장배달콘서트’, ‘찾아가는 인문학 강연’, ‘예술인 파견사업’ 등) 향유 지원의 부가혜택을 제공한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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