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발표한 ‘국정운영5개년계획’은 5대 국정목표를 확정하고 실행을 위한 100대 국정과제를 담고 있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의료·복지 및 고용노동, 중소기업 지원 정책이다. 지방개발사업 등이 포함된 지역균형발전 관련 과제도 11개에 달한다. 여기에는 가계와 기업·지역 간 ‘양극화 문제’를 임기 내 풀어보겠다는 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 이번 계획을 만든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한 고위관계자는 “현재 우리 경제는 대기업과 수출기업들이 돈을 벌어도 고용과 내수로 이어지지 않아 근로자 가구의 가계소득 증가가 부진해 다시 내수가 위축되는 저성장의 악순환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비판적 시각도 적지 않다. 이번 정책의 재정 지출과 확충 방안이 두루뭉술해 재정 건전성을 지키며 이행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것이다. 양극화 해소도 좋지만 재정 수급 분석이 정확하지 않아 자금조달에 펑크가 나면 결국 이를 메우기 위한 국가부채의 증가는 국민의 몫이라는 의미다.
◇두루뭉술한 세입 확충…천수답식 증세 방안=재정지출액의 나머지인 82조6,000억원은 세입 확충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라고 국정기획위는 밝혔다. 구체적으로 보면 초과 세수 증대를 통해 60조5,000억원, 비과세 정비 등으로 17조1,000억원, 세외수입 확대에 따라 5조원 등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초과 세수 증대란 그냥 현재의 조세제도의 틀을 고치지 않고도 당초 예산안을 짤 때보다 더 걷히는 세금 등을 뜻한다. 이것이 성립되려면 경기가 좋아져 기업 법인세, 소득세, 부가세 등 주요 조세가 더 걷히거나 통상교역이 확대돼 관세가 늘어야 한다. 탈세 및 탈루에 대한 세금 추징을 강화하는 방안이 보완적 수단으로 곁들여진다.
이 중 세금 추징 강화는 이미 지난 박근혜 정부 때 써먹었던 방식이다. ‘증세 없는 복지’를 부르짖더니 주요 세목의 세율 인상은 기피하고 대신 세무조사를 대대적으로 실시했다. 한마디로 기업들을 탈탈 털었다고 봐야 한다. 기업은 세무조사를 하려면 수개월씩 준비를 해야 한다. 정상적인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최근의 경기가 다시 꺾이거나 미국·중국 등과의 통상마찰로 상품교역에 충격을 받으면 법인세·소득세·부가세 관세수입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비과세·감면의 경우 정부는 올해부터 일몰시한이 돌아오는 세목부터 단계적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여야 간 어느 정도 합의가 돼 있어 대기업 등에 대한 연구개발예산세액공제 등이 폐지되거나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외수입은 주로 재건축초과이익개발부담금과 같은 준조세다.
균형발전을 내세운 지역개발 공약들도 문제다. 지방 공항 기능을 확충하거나 증설하고, 도로를 짓고, 각종 정부 지원 특구 등을 지정 및 확대하는 등의 내용이 주를 이룬다. 결국 순수한 의도로 만들었겠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내년도 지방선거를 겨냥한 ‘총선 공약’으로 비쳐질 소지가 다분하다. 따라서 지방 공약 중 선후를 가리고, 정부보다는 민간 투자를 유도하며, 신규 개발보다는 기존 노후 지역의 리모델링이나 재생 쪽으로 방향을 바꿔야 할 것으로 진단된다
◇국가지원 대신 은행 빚 떠안길 우려=이번 국정계획의 100대 과제 이행에 현 정부 임기 5년간 소요되는 나랏돈은 총 178조원이라고 국정기획위는 소개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인 95조4,000억원을 5년간의 세출 절감을 통해 마련하겠다는 설명도 곁들여졌다. 한 해 평균 19조800억원씩 재정지출을 줄이겠다는 뜻이다. 올해를 기준으로 한 해 예산이 400조7,000억원이므로 매년 4.8%가량을 매년 균등 절감해 복지예산 등으로 돌려막겠다는 방식으로 착시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실제 절감대상 비중은 배가될 수 있다. 현재 정부예산 지출 총액 중 정부가 함부로 고치지 못하는 ‘의무지출 비중’이 절반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의무지출예산 사항을 수정하거나 폐지하려면 반드시 지출하도록 명시한 근거법령 등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정부가 마음대로 줄일 수 있는 나머지 약 200조원의 ‘재량지출’ 예산을 기준으로 하면 매년 10%에 육박하는 재량지출을 줄여야 하는 셈이다.
이를 위해 기획재정부 등이 지난 보수 정권 약 10년간 애용한 정책이 ‘이차전환 보전’이다. 하지만 지원이 아닌 대출이므로 아무리 저리라고 해도 지원대상은 빚을 떠안아야 한다. 특히 서민과 중소기업, 군소 지방자치단체들이라면 신용도가 낮아 대출금리가 상대적으로 높거나 아예 지원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차입자가 해당 대출을 갚지 못하면 그에 따른 은행 재정 부실화의 짐은 결국 예금자와 주주가 떠안아야 한다. 일부 사업이 아닌 한 해 수조원 이상씩 이 같은 방식으로 지원방식을 변경하면 이차전환 목표 달성을 위해 더욱 이럴 수 있다고 금융권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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