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 개최가 특별히 더 중요한 이유는 우리 다음이 2020 도쿄하계올림픽,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이라는 사실입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스포츠에 아시아 시대가 열렸다고 했습니다. 평창올림픽은 일본과 중국에 올림픽을 ‘전수’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반드시 성공적으로 치러낼 겁니다.”
1988 서울하계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인 평창동계올림픽이 24일로 개막 G(Games)-200을 맞는다. 평창올림픽은 이제 200일 뒤인 내년 2월9일 오후8시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의 올림픽플라자에서 화려하게 막을 올린다. 이후 17일간 95개국, 2,900여명의 선수들이 15개 종목, 102개의 금메달을 다투는 경기가 펼쳐지고 이 장면을 전 세계 22억의 시청자들이 지켜보게 된다.
평창올림픽을 준비하는 조직위원회의 수장인 이희범(사진) 조직위원장은 요즘 1주일에 서울과 평창을 세 번씩 오가고 IOC 본부가 있는 스위스 로잔을 수시로 방문하는 강행군으로 성공 올림픽을 재촉하고 있다. 평창올림픽 G-200을 즈음해 서울 송파구의 조직위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이 위원장은 “경기장 시설과 선수 수송 등을 물어오던 IOC가 지금은 주요 국빈 의전과 만찬 메뉴에 대해 물어온다. 또 11월1일에는 그리스에서 성화가 들어온다. 올림픽은 이미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대담=문성진 문화레저부장 hnsj@sedaily.com
이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낸 경제 관료 출신이다. 1년에 82일을 해외 23개국에서 보낸 한국무역협회장 시절의 얘기는 유명하다. 지난해 5월 조직위와 인연을 맺은 이 위원장은 “돌아보면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기간에 한국과 리우를 세 번 왔다 갔다 했다. 최근에는 평창을 좀 더 알리러 유럽을 돌았고…. 공직생활을 30년 넘게 하고 일반 기업에도 있어봤지만 제 인생에서 가장 바쁘게 일하고 있는 건 확실한 것 같다”며 허허 웃었다. 그는 평창올림픽을 돕겠다는 곳이 있으면 어느 곳이든, 행사 규모가 크든 작든 직접 참석한다. “몸이 몇 개 더 있으면 좋겠다”는 농담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이 위원장이 취임 후 가장 신경 쓰는 것 중 하나는 평창올림픽이 한국-일본-중국으로 이어지는 동북아시아 올림픽 시리즈의 첫 주자라는 점이다. 그가 제안한 한중일 올림픽조직위원장 회의는 IOC가 주관하는 주요 회의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카타르에서 열렸고 이후 도쿄를 거쳐 지난 3월 평창에서는 한중일 조직위 차원의 공동협의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사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 때문에 협의 과정에서 몇 가지 빠진 부분도 있다. 그러나 평창올림픽 기간에 한중일 올림픽 공동홍보관을 평창과 강릉에서 운영하고 대회 기간 중국의 날을 지정해 행사를 벌이기로 하는 등 상당히 의미 있는 합의가 많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포츠의 아시아 시대를 대한민국의 강원도가 개시한다는 점은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 지난겨울 테스트이벤트(올림픽 사전점검대회)에 중국 측에서 150여명이 방문했다”며 “올림픽 기간에는 IOC의 옵서버 프로그램에 따라 더 많은 인력이 중국과 일본에서 찾아올 것이다. 그들에게 올림픽을 전수한다는 생각으로 준비하고 개최할 것”이라고 했다. 물론 한중·한일 관계 개선에도 평창올림픽이 기여할 것이라는 믿음이 크다.
특히 차기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중국은 우리의 경기장 사후 활용 계획과 관련해서도 밀접한 관계에 있다. 많은 돈을 들여 지은 경기장이 올림픽 이후 빚더미의 주범으로 전락하는 사례를 우리는 이전 올림픽에서 수차례 봐왔다. 평창도 아직 세 곳의 활용 계획을 정하지 못했다. 이 위원장은 “경기장 시설이 화이트 엘리펀트(돈만 많이 들고 쓸모없는 것)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게 어쩌면 최우선 과제”라며 “4년 뒤 베이징올림픽을 준비하는 중국 선수들이 전지훈련지로 평창 경기장들을 활용하게 하는 등 세계 각국 선수들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적자를 최소화하는 경제올림픽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을까. 올림픽은 준비가 진행될수록 예산이 불어나는 구조라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많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은 애초 예산 120억달러의 네 배를 훌쩍 넘는 510억달러를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균형재정을 위해 마지막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평창올림픽도 현재로서는 3,000억원의 적자(수입 2조5,000억원·지출 2조8,000억원)가 예상되지만 지난해의 적자 예상액(4,000억원)에서 1,000억원을 줄였듯 더 벌어들이고 더 아낄 부분을 구석구석 살피겠다는 의지다. 조직위는 예산의 70%를 기업 후원금과 입장권 수입(각 35%)으로, 나머지 30%를 IOC 지원금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위원장은 “올림픽은 기업 후원이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이벤트다. 일본과 중국도 마찬가지”라며 “민간기업 후원 목표액인 9,400억원에는 94.5% 도달했지만 공기업의 관심이 조금 부족하다”고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기업 후원 목표액을 2조원으로 잡은 도쿄올림픽은 벌써 목표액의 2배를 모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평창올림픽의 경제적 효과는 64조원이 넘는다. 이 위원장은 “도쿄는 2020 올림픽 개최의 경제효과를 308조원이라고 얘기한다. 이렇듯 올림픽은 단기적으로 보면 적자일 수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흑자가 될 수 있는 이벤트”라는 의견을 분명히 했다. “적자냐 흑자냐 계량적으로 따지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92.1%의 국민 지지로 유치했다는 것, 중국과 일본도 과거 올림픽 유치 이후 초강대국으로 올라섰다는 것, 우리나라가 서울올림픽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고 사회주의 국가들과 잇따라 수교하는 등 돈으로 따질 수 없는 효과가 많다는 것도 분명합니다.” 이 위원장은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 초고화질(UHD) 중계, 선수단 환영에 로봇 활용 등 평창올림픽에서 최초로 선보일 기술들을 소개하면서 문화·환경·평화·경제올림픽과 함께 핵심목표로 삼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올림픽에 대해서도 공들여 설명했다. 이공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행정고시(12회)에 수석 합격해 화제에 올랐던 인물이 바로 이 위원장이다.
체육계와도 2006년 평창올림픽 유치위원회 고문과 2008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유치위원장을 맡아 인연이 있었다. 조직위원장으로서의 지난 1년여를 돌아보면 정국 불안으로 인한 위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평창올림픽 하면 뭐가 생각나느냐는 설문에서 47%가 ‘최순실 게이트’였어요. 최순실 일가가 올림픽 사업을 노린 것은 맞지만 결코 사업권을 따내지는 못했습니다. 지금은 올림픽이 잘 치러질 거라는 국민의 기대가 60%를 넘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어요.” 이 위원장은 올 초까지 이어진 26개 테스트이벤트를 숱한 밤샘 작업 끝에 성공적으로 치르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올림픽 성공 개최에 자신감을 갖게 된 게 가장 기쁘다고 했다. 이 위원장 내정 당시 해외 올림픽 전문 매체인 ‘어라운드더링스’는 “올림픽 초보자가 평창올림픽의 리더가 됐다”고 우려를 나타냈지만 최근 국제 체육계 인사들은 “임파서블을 파서블로 만든 사람”이라며 이 위원장에게 찬사를 보내고 있다.
올림픽 이후에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묻자 이 위원장은 “평창올림픽이 제 마지막 임무”라고 잘라 말했다. 대신 조직위 식구들을 걱정했다. “113개 기관에서 모인 1,200여명이 일하고 있어요. 이 중에는 올림픽이 끝나면 돌아갈 곳이 없는 사람들이 절반입니다. 컨설팅 업체를 통해서 그 사람들의 재취업을 도와주는 일도 챙겨야 합니다.” /정리=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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