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커넥션’ 의혹을 수습하기 위해 백악관 공보국장으로 긴급 영입한 앤서니 스캐러무치가 라인스 프리버스 비서실장을 공개적으로 공격하면서 백악관에 또다시 치열한 권력다툼의 막이 올랐다. 지난봄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와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간 갈등이 간신히 봉합된 지 불과 3개월여 만에 공보국과 비서실 책임자의 암투가 펼쳐지면서 트럼프 정부의 내부 잡음이 끊이지 않는 양상이다.
스캐러무치 신임 공보국장은 27일(현지시간) CNN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부의 외교 기밀정보가 잇따라 새나가는 것과 관련해 “백악관 내 유출자가 누구인지 매우 잘 알고 있다”며 “이는 150년 전이었다면 매우 반역적인 행위로 유출자는 교수형을 당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지난 21일 공보국장에 발탁된 스캐러무치가 백악관 내부자들에게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로 해석된다.
백악관 내에서 스캐러무치의 화살은 특히 프리버스 비서실장을 겨누고 있다. 그는 전날 밤 자신이 5,000만달러(약 560억5,500만원)가 넘는 자산을 보유했다는 폴리티코 보도에 대해 트위터에서 “이번 유출은 프리버스와 관련이 있다”며 “연방수사국(FBI)이 수사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캐러무치는 27일에도 “프리버스는 망할 편집성 조현병(망상에 사로잡힌 정신분열증) 환자”라고 공격을 계속했다. 다만 그의 주장과 달리 폴리티코 기사는 기자가 직접 정부에 요청해 받은 자료를 토대로 작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두 사람의 갈등은 일찌감치 예견된 일이었다. 스캐러무치는 지난 대선 때 선거기금 모집에 관여하는 등 개국공신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정권 출범 당시 백악관에 입성하지 못했다. 이를 두고 그가 자신의 사모펀드 지분을 중국 공산당과 연계된 하이난항공그룹에 넘긴 탓이라는 분석도 제기됐지만 그보다는 프리버스 비서실장과 배넌 수석의 반대가 주요인이었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렸다. 스캐러무치는 자신과 프리버스의 관계를 성경의 카인과 아벨로 비유하며 “우리 관계가 회복될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으며 대통령의 판단에 달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스캐러무치에게 백악관 내부 단속을 맡긴 만큼 프리버스 실장의 입지 위축은 불가피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신임하는지 묻는 질문에 백악관 측은 “대통령은 어느 정도의 내부갈등은 정부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로 본다”며 즉답을 피했다. 폴리티코는 “그동안 내부유출자 색출에 집중했던 스캐러무치가 앞으로는 자신의 백악관 입성을 막았던 프리버스를 겨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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