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폭의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이 결국 소송전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 인상안에 대한 이의제기를 고용노동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최저임금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실제 소송전이 펼쳐질 경우 이는 지난 1988년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후 최초 사례다. 그만큼 소상공인 등이 최저임금의 급등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소상공인연합회는 28일 최저임금 인상안에 대한 이의제기서를 고용부에 제출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의제기서에 “최저임금위원회의 2018년 최저임금(올해 대비 16.4% 인상된 7,530원) 결정은 영세 소상공인들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또 최저임금법 제4조가 규정하고 있는 ‘최저임금 결정 기준’을 위반한 위법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조항은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 생산성 및 소득 분배율 등을 고려해 정한다. 이 경우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내년도 최저임금은 이 조항을 무시한 채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2020년 1만원)만을 기준 삼아 결정됐다는 게 소상공인연합회의 주장이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소상공인들은 근로자를 착취하는 악덕 업주가 아니고 정부 정책에 반대만 하는 집단도 아니며 삶의 나락에서 위태롭게 버티는 영세한 업주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고용부가 이의제기를 수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제출된 이의제기서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금껏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진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 지난 수년간 경총·중소기업중앙회 등 사용자대표는 물론 한국노총·민주노총 등 근로자대표 등도 수차례 이의제기를 했지만 전부 거부됐다.
상황이 이렇자 행정소송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고용부가 우리 이의제기를 수용하지 않으면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소송으로 치달을 경우 소상공인연합회는 고용부 장관이 고시하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취소하는 본안 소송을 행정법원에 내고 동시에 그 집행 정지를 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니면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하거나 그 과정을 건너뛰고 바로 행정소송에 돌입할 수도 있다.
쟁점은 고용부의 최저임금 고시가 처분성을 갖춘 행정처분이냐 아니냐, 행정행위라면 절차상 흠결 등이 있었느냐 그렇지 않느냐 등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처분성이 인정되면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각하될 것”이라며 “전례가 없는 만큼 해당 재판부가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승소 가능성을 점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박지순 고려대 교수는 “고용부 장관의 고시는 행정행위이므로 소송 대상은 될 수 있으나 노사정으로 구성된 최임위의 의결로 이뤄진 것이라 인용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임지훈기자 이종혁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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