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고등법원의 해럴드 칸 판사는 28일(현지시간) 도시바의 20조 원대 플래시 메모리 사업 매각을 잠정 중지시켜 달라며 WD 측이 낸 가처분 신청 두 번째 심리에서 도시바와 WD간의 이런 합의를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합의안에는 도시바가 제기한 미국 법원의 재판 관할권에 대한 최종 결정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사실상 웨스턴디지털 측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사전 통지를 받은 WD가 법원이나 중재 패널을 통해 거래를 중단시킬 기회를 갖게 됐다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매각 2주 전 통지안은 지난 14일 1차 심리에서 칸 판사가 양측에 제안한 것이다. 도시바와 일본에서 반도체를 공동생산하는 WD는 “우리 동의 없이 제3자 매각을 진행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며 지난 5월 중순 국제상공회의소 산하 국제중재재판소에 매각중지 중재 신청을 낸 데 이어 지난 6월 15일 미 캘리포니아주 고등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도시바 측은 “도시바는 일본 회사이며, 거래가 대부분 일본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샌프란시스코 법원이 재판권을 가질 수 없다”며 재판 자체에 이의를 제기해 왔으나 일단 ‘매각 2주전 통보’라는 재판부의 중재 제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도시바는 지난달 SK하이닉스와 일본 민관펀드인 일본산업혁신기구(INCJ), 일본정책투자은행, 미 사모펀드(PEF) 베인캐피털 등이 참여한 한미일 연합을 반도체 사업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하고 매각 협상을 벌여왔다.
이날 샌프란시스코 법원이 가처분 신청에 대한 직접적인 판단을 내리지 않고, 양측의 합의를 승인함에 따라 향후 도시바 매각 협상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
앞서 일본 아사히신문은 27일 한미일 우선 협상안이 혼미한 국면으로 빠지면서 “SK하이닉스를 제외하고 대신 WD가 들어가는 새로운 틀이 논의되기 시작했다”며 매각 협상이 근본적으로 바뀔 가능성을 보도했다. 또 도시바의 채권단과 유관 인사들 사이에서 ‘파산보호’를 신청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하기도 했다.
/뉴욕 = 손철 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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