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과 여섯 살 아이를 둔 주부 박은영(38) 씨는 자녀들의 방학을 맞아 달력 빼곡하게 미술관과 박물관 관람을 예약했다. 찜통 같은 무더위와 언제 쏟아질지 모를 장맛비 때문에 야외활동은 엄두도 안 나는 데다 뻔한 물놀이가 아닌 색다르면서도 유익한 방학을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전시관람과 체험 전문 사립미술관에서는 놀이처럼 미술을 배울 수 있고 국공립박물관이 운영하는 어린이박물관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게다가 미술관과 박물관은 작품·유물의 보존 관리를 위해 항온·항습의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으니 “보물 같은 우리 아이가 진짜 보물들과 같은 공간에서 놀고 배우는 기분이 남다르다”는 게 박 씨의 설명이다.
여름방학을 맞아 ‘창의 교육’에 민감한 학부형들로 미술관과 박물관이 북적이고 있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이 구글과 협력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처음 선보인 ‘구글과 함께하는 반짝 박물관’에는 지난달 11일 개막 후 9일 현재까지 한 달 안되는 기간에 5만 명이 다녀갔다. 27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인공지능, 가상현실(VR), 360도 영상, 기가픽셀 이미지 등을 활용해 구글 디지털 기술과 박물관의 문화유산 체험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전시가 열리는 이곳 어린이박물관의 인터넷 관람예약은 이미 매진 상태라 매일 아침 현장발권을 기다리는 대기 줄이 진풍경을 이룬다. 이진민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 학예연구사는 “4차 산업혁명과 각종 디지털 콘텐츠를 어떻게 즐기고 이용하는지를 배울 수 있고, 아이들은 직관적이라 손으로 경험한 것의 효과가 유독 크다”면서 “세부 프로그램 중 ‘카드보드’와 ‘전자그림판’이 특히 인기”라고 말했다. 청소년을 위한 전시 교육 프로그램 ‘교과서는 살아있다’, 박물관에서 하룻밤 머무르며 유물을 탐색하는 ‘1박 2일’ 프로그램도 인기가 높다.
국립민속박물관의 어린이박물관은 전시 내용은 물론 탁월한 공간디자인으로도 호평받고 있다. 키즈카페보다는 교육적이면서 놀이터 못지않게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 구성을 자랑한다. 현재는 ‘신화 속 동물이야기’를 주제로 한 상설전, ‘나무를 만나다’라는 제목의 특별전이 한창이다. 쾌적한 관람환경을 위해 입장객 수를 제한하고 있어 인터넷 등 사전예약을 하지 않으면 헛걸음할 수도 있지만 박물관 본 전시와 경복궁을 돌아보는 것도 유익하다.
성동구 금호로에 위치한 어린이 예술교육 전문미술관 헬로우뮤지움에서는 코끼리를 소재로 한 이정윤의 개인전 ‘동네미술관 한 바퀴’가 열리고 있다. 60~90분짜리 체험관람은 입장료가 2만원이지만 창의교육을 지향하는 부모들의 만족도가 높다. 오는 15일에는 방학 특별 프로그램으로 빨래 그림을 그리고 미술관 옥상에서 ‘나만의 투명 빨래’를 널어보는 ‘아트 빨래’를 오전·오후 2회 각 15명 정원으로 운영한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는 ‘별별 숲 속 미술관’이 27일까지 열린다. 오감으로 현대미술 감상하기, 현대미술과 연계해 몸으로 현대무용을 표현하기, 아빠와 함께하는 야간 특별프로그램 등이 다채롭게 마련됐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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