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중진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이 앓고 있는 뇌종양이 지난달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호 공약’인 오바마케어 폐지 법안의 운명을 갈랐다는 주장이 당 내에서 제기돼 논란거리다.
9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론 존슨(위스콘신) 공화당 상원의원은 매케인이 던진 반대표를 두고 뇌종양 투병과 관계가 있다고 한 시카고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했다. 그는 매케인 의원은 지금 뇌종양을 앓고 있고, 투표는 새벽 1시 30분에 진행됐다”며 “이런 사실의 일부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매케인 의원이 뇌종양 때문에 판단력이 흐려져 반대표를 행사했다는 것이다.
존슨 의원은 진행자가 “정말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되묻자 “나는 전날 밤 10시 반 회의에서 매케인 의원이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는 새벽 1시 반에 반대표를 행사했다”면서 되레 “매케인 의원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한번 얘기를 해보라”고 했다.
이에 매케인 의원의 줄리 태랄로 대변인은 성명을 내 “존슨 의원이 동료의원이자 친구의 판단력에 의문을 제기한 것은 매우 기이한 일이며, 심히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태랄로 대변인은 “매케인 의원은 반대표 이유에 대해 숨김이 없었고 분명히 해왔다”고 반박했다.
그간 매케인 의원은 오바마케어 폐지에 찬성하지만, 이를 대체하는 새 건강보험법 입법 없이 폐지만 하는 공화당의 계획은 국민과 보험시장에 큰 혼란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뇌종양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인 매케인 의원은 애리조나에서 치료를 받던 중 지난달 26일 오바마케어 폐지 토론 개시 여부를 묻는 상원 투표를 위해 워싱턴DC로 3,000㎞를 날아온 투혼으로 동료의원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공화당 지도부의 기대를 뿌리치고 오바마케어를 폐지하는 내용만 담은 이른바 ‘스키니 리필’(skinny repeal) 법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이 법안은 찬성 49표, 반대 51표로 부결됐다. 만약 매케인 의원이 찬성해 가부 동수가 됐다면 공화당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캐스팅 보트 행사를 통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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