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假面에 비친 위정자의 本面

민중미술 1세대 임옥상 개인전

내달 17일까지 가나아트센터서

23일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임옥상 개인전 ‘바람일다’에 선보인 설치작품 ‘가면무도회’. 신문지 등 혼합재료로 만든 문재인 대통령(오른쪽부터), 일본 아베 총리, 미국 트럼프 대통령, 북한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 박정희 전 대통령 등의 얼굴로 그린 시대의 초상이다. /조상인기자




문재인 대통령 뒤로 노무현 전 대통령, 그 옆으로 일본의 아베 총리부터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북한의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과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나란히 걸려있다. 웃고 있는 문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욱일승천하는 듯하나 당황한 기색 역력한 아베 총리부터 찌푸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등 대체로 표정이 ‘좋지 않다’. 특히 전시장 맨 구석에 설치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얼굴은 풀 죽은 심통꾸러기처럼 묘사됐다. 신문지와 흙을 재료로 만든 작품이라 “내 매력 중 하나는 엄청난 부자라는 것”이나 ‘최고 존엄’ ‘유신’ 혹은 “…젊은 사람들이 나한테 대해서는 아직 감정이 안 좋은가봐” 등 해당 인물을 떠올리게 하는 최근 발언과 상징적인 문구 등 보도 내용이 선명하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과 더불어 확산된 사회참여형 미술의 한 갈래인 ‘민중미술’의 1세대 대표 작가 임옥상(67)의 설치작품 ‘가면무도회’다. 22일 종로구 평창30길 가나아트센터에서 개인전 ‘바람 일다’를 열고 7년 만에 신작을 선보인 임 작가는 “2014년 물대포 진압 사건 이후 당국이 ‘시위 중 가면 착용자는 IS취급하겠다’고 해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대형 가면을 만들어 쓰고 시위현장에 나간 적 있다”며 운을 떼 “그 계기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한 ‘독재자 시리즈’를 만들고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들기 시작한 것을 위정자와 권력자 연작으로 확대하니 보다 ‘즐거운’ 일이 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나 말로 해봤자 전달되지 못하는 이야기들이 그림이 되기에, 말의 침묵이 그림이고 그림은 곧 침묵의 말”이라며 “자신의 얼굴에 책임지라고 한 명구처럼 각각의 얼굴에 그들의 행적이 기록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세계 각국의 권력자를 아우르는 총 100여점의 위정자 시리즈를 제작했고 “허름한 공장에 이들 전체를 걸어 전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임옥상의 2011년작 드로잉 ‘상선약수-물’(오른쪽)과 영국의 미술평론가 겸 사회비평가를 그린 초상화 ‘존 버거’ /조상인 기자


서울대 회화과 출신인 그는 1970년대만 해도 당시 최첨단이던 ‘추상미술’에 심취했다. “분단국가에서, 독재시대를 살면서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추상미술로 세계 최고가 되리라고 생각한 게 ‘헛꿈’임을 문득 깨닫고 구상미술로 돌아서게 됐죠.” 워낙 엄혹한 시대라 표현이 자유롭지는 못했고 작가는 ‘자연’과 ‘땅’을 그리며 상징과 은유로 시대를 드러냈다. 추상적 방식으로 구상화를 그린 셈이다.

임옥상의 2017년작 ‘광장에,서’(오른쪽)와 ‘여기,흰꽃’ /조상인기자




지난해 광화문 촛불집회를 소재로 한 108개 캔버스 연작 ‘광장에, 서’를 가운데 두고 양쪽에 걸린 ‘여기, 흰꽃’과 ‘여기 무릉도원’이 딱 그렇다. 흙을 섞어 만든 바탕에 북한산의 산세를 선묘로 그린 다음 그 아래쪽을 눈송이 같은 흰 꽃, 철쭉색 만발한 꽃으로 가득 채웠다. 낭만적인 산수풍경화 같지만 산 아래 광장에서 피어올랐던 촛불의 물결을 은유한다.

2011년 용산 화재 참사, 2015년 백남기 농민 물대포 사망 사건을 그린 드로잉도 눈길을 끈다. 붉은 색조로 용산 사건을 그린 ‘삼계화택-불 2011’은 집이 타는 줄도 모르고 탐욕에 빠진 형국을 칭하는 불가(佛家)의 표현에서, 흑백으로 물대포를 그린 ‘상선약수-물 2015’는 물이 최고의 선이라고 한 노자 도덕경의 구절에서 제목을 따 왔다. 9월17일까지. 입장료 3,000원

/글·사진=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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