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횡령, 재산 국외도피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1심 법원이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하자 정치권은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이를 계기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 부회장의 사과와 반성을 요구하며 삼성 측을 압박한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와 연관돼 있는 자유한국당은 추후 재판과정을 통해 실체적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며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먼저 여당인 민주당은 25일 법원 판결 직후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이 부회장은 법과 원칙에 따른 판결을 존중하고 국민들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이번 판결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내고 공정사회를 만드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현 대변인은 “국정농단에 분노한 시민들이 일궈낸 촛불시민혁명은 특권과 특혜·정경유착이 사라지는 공정한 국가사회를 다시 건설하라는 것이었다”며 “문재인 정부에서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사라지고 법과 원칙만이 기준이 되는 대한민국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경유착에 철퇴를 가하는 판결로서 아마 국민들도 안도할 듯하다”며 “당장은 힘들겠지만 이를 기회로 삼성이 투명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의당도 “이번 판결이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이정표가 돼주기를 바란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재벌의 변칙적인 경영권 승계에 경종을 울리고 재벌 총수와 정치권력 간의 검은 거래에 뇌물죄 법리를 적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지금껏 정치권력과 함께 대한민국을 지배해왔던 재벌의 특권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다만 “징역 5년의 양형이 재판부가 인정한 범죄사실과 국민 법 감정에 부합하는 수준인지 의문”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바른정당은 이번 판결로 국론분열과 사회갈등이 해소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번 판결은 법 앞에 누구나 평등하고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정경유착의 폐습을 끊으라는 준엄한 주문”이라며 “국론분열과 사회갈등이 해소되고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인 삼성이 건전한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법원 판결을 존중하면서도 추후 재판과정에서 실체적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며 다소 엇갈린 반응을 나타냈다. 강효상 대변인은 “법원 판결을 존중하지만 우려스러운 점은 이번 재판을 둘러싸고 재판 외적인 정치·사회적 압박이 존재했다는 사실”이라며 “앞으로의 상급심에서 여론몰이나 정치권의 외압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이든 재벌 총수든 ‘법 앞에 평등’에서 성역이 될 수 없지만 무리한 과잉 처벌의 대상이 돼서도 안 된다”며 “실체적 진실이 더 밝혀져 억울한 재판은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