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지금처럼 발전 가능했던 것은 선인들의 지식을 후세대가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거인의 어깨에 올라 멀리 본다”는 아이작 뉴턴의 말처럼 있던 것을 나눔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미지의 기술인 인공지능(AI)도 긍정과 부정이 공존하지만 활용하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나타나는 가치가 달라진다. 이러한 우려를 막기 위해 AI 기술을 오픈소스화 하고 있다. 적정기술이라는 가치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AI의 수준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특이점에 이르면 로봇은 통제 가능할까. 단순한 의문이지만 만약 로봇이 사람의 능력을 넘어서는 경우라면 어떠한 대응을 해야 할지 상상하기 쉽지 않다. 많은 전문가들이 AI의 악의적 활용에 대해 우려를 하고 있다.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방안이 AI 윤리다. 로봇보다 인간을 우선하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3원칙’은 유럽의회에서 인간과 로봇 관계의 기본원칙이 됐다. 또한 로봇을 전자인간으로 설정함으로써 로봇을 인간에 가까운 모습으로 법적 의미를 부여했다.
이러한 AI 윤리 논의의 연장에서 2017년 8월, 독일은 자율주행차 윤리지침을 발표했다. 독일 자동차산업의 미래를 비춰볼 수 있는 사안이지만 자율주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막기 위한 실질적인 논의다. 우리도 학계나 국회를 중심으로 자율주행차나 AI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논의 과정에서 합리적인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AI의 부정적 면에 겁먹어 규제라는 칼을 들이대면 자칫 AI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법제화보다는 연성법인 지침을 고민하는 것이 합리적인 이유다.
인공지능은 경계의 소멸을 가져오고 있다. 명확해 보이던 사람과 기계의 경계, 가상공간과 현실공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경계의 소멸은 점진적으로 일어나는 사회적 현상이기도 하며 이로 인해 다양한 법률관계가 형성될 가능성도 크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로봇이 힘든 일을 하고 사람은 창의적인 일을 하면서 보다 여유롭고 행복한 삶을 누려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기술이 주도하는 혁명이지만 그 지향하는 가치는 사람이어야 하는 이유다. 법(法)은 물의 흐름을 형상화한 말이다. 물 흐름을 잘 다스려 누구나 잘사는 세상을 만드는 정치(政治)처럼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흐름도 잘 다스려야 한다. 이에 법의 그물로 거대한 흐름을 담아낼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법은 기술을 따라가기 쉽지 않다. 수시로 발전하는 기술이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유토피아나 디스토피아를 만드는 것은 기술을 이용하는 사람이다. 입법자는 사람이나 기술이 일탈하지 않도록 할 책무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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