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1일 개회식을 열고 100일간의 입법전쟁에 돌입했지만 험로가 예상된다.
9년 만의 정권교체로 공수가 뒤바뀐 여야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새 정부의 국정과제 실현을 위한 입법·예산안 처리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입법을 통해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의 성공적 완수를 뒷받침한다는 목표를 세운 반면 야당은 복지예산과 안보정책·인사논란 등 새 정부의 실책을 집중적으로 파헤치는 송곳검증을 벼르고 있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했던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구성을 재차 촉구했다. 전병헌 정무수석은 “그동안 여러 현안으로 진행되지 못했지만 정기국회가 시작된 시점에 본격적으로 구성·운영할 때가 됐다고 판단한다”며 국회와 야당의 협조를 부탁했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100대 과제 가운데 입법화 작업이 필요한 과제만 91개에 달한다. 이에 따른 법률과 하위법령 등을 모두 고려하면 600건이 넘는 개정작업이 뒤따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문재인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복지예산 확대를 놓고 여야가 충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여당은 건강보험 적립금 등을 활용해 향후 5년간 30조6,000억원의 재정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야당은 건강보험 적립금을 재원으로 사용할 경우 5년 뒤 적립금이 모두 바닥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초대기업·초고소득자 증세를 놓고도 여야의 극한대치가 예상된다. 정부 여당은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과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 신설 등을 통해 증세를 추진하고 있다. 법인세 인상의 경우 자유한국당이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법안 통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이 밖에 근로시간 단축과 탈원전, 방송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여야의 입장이 엇갈리는 안건들이 줄줄이 국회 문턱을 넘기 위해 대기 중이다.
여야 4당 정책위의장들은 이날 회동을 통해 주요 쟁점법안을 제외한 대선 공통공약을 중심으로 입법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각 당의 대선공약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법안들을 다 내놓고 공통내용을 찾는 실무회의를 다음주부터 본격 가동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기초연금 인상과 아동수당 도입,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등이 여야 간 이견이 없는 공통공약으로 거론된다.
정기국회는 오는 4~7일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11~14일 대정부 질문, 10월 12∼31일 국정감사 등이 잇따라 열릴 예정이다. 국정감사 전후로는 법안심사를 위한 상임위원회 활동도 계획돼 있다. 이어 12월1일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 의결까지 거친 뒤 12월8일 종료된다. /김현상·류호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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