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에 긍정적이고 언제 어디서든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친화력 대장,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배우 공형진은 데뷔 28년을 돌아보며, “비겁하게 살지 않겠다”는 신념을 계속 지켜가고 싶다고 말했다.
“저에 대한 대중들의 호불호가 있으시겠죠. 시행착오를 겪어오면서 그런 실수를 최대한 줄이고자 노력 중입니다. 상대가 좋아하는 것들을 해주기보다 싫어하는 것들을 하지 않는 게 인간관계에서 중요해요. 친하다고 함부로 대하지 않고 더 배려하고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들을 앞으로 저만의 신념처럼 지키면서 살고 싶어요.”
지난 1990년 영화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로 데뷔,1991년 SBS 1기 공채 탤런트로 알려진 배우 공형진은 올해로 연기 인생 28년차를 맞는 베테랑 배우다. 영화 ‘파이란’, ‘태극기 휘날리며’ ‘미스터 주부퀴즈왕’ ‘대한이, 민국씨’에 이어 드라마 ‘추노’ ‘연애시대’ ‘애인 있어요’ 등에 출연했다. 2009년 데뷔 20년차를 맞이해선 1인극 ‘내 남자는 원시인’(원제:Defending the Caveman)을 대학로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공형진은 지난달 30일 개봉한 영화 ‘로마의 휴일’(감독 이덕희·제작 전망좋은영화사)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주연작으로는 2011년 ‘커플즈’ 이후 6년 만이다. 그의 필모를 보면서 한동안 영화계를 떠나있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사실 그는 ‘로마의 휴일’로 돌아오기 영화 ‘굿맨’을 촬영하고 개봉을 기다렸다고 한다. 지난 2014년 촬영을 시작 한 ‘굿맨’은 제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공식 초청 받아 첫 선을 보인 적 있다. 저예산 영화라 배급사를 찾지 못하던 중 배우에겐 공백이 생기게 된 것.
“(휴대폰에 저장된 할아버지로 분장한 사진을 보여주며)나름 심각하게 찍었어요. 제가 20대 후반부터 70살까지,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북파공작원 역을 맡은 영화예요. 어쩔 수 없는 시대 상황 때문에 희생양이 된 한 인간의 본능적인 소유욕에 관한 이야기죠. 부제인 ‘회귀한 연어’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이쪽에도 속하지 못하고 저 쪽에도 속하지 못한 채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서 불행한 말로를 지닌 한 인간의 이야기입니다. 개봉했다면 극장가에서 공백이 있지 않았을 건데...곧 좋은 소식이 들렸으면 해요.”
‘굿맨’ 보다 먼저 개봉하게 된 영화 ‘로마의 휴일’은 진한 우정을 자랑하는 엉뚱 삼총사인 츤데레 리더 ‘인한’(임창정), 뇌순남 형제인 큰형 ‘기주’(공형진)와 막내 ‘두만’(정상훈)이 인생역전을 위해 현금수송 차량을 털고 ‘로마의 휴일’ 나이트클럽에 숨어들면서 벌어지는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기막힌 인질극을 그린 코미디.
공형진은 이번 ‘로마의 휴일’의 엉뚱 삼총사에서 맏형이지만 막내 같은 지.못.미 ‘기주’ 역할을 위해 말투부터 폭탄 머리의 독특한 스타일까지 캐릭터에 완벽 동화,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거치며 쌓아온 그의 내공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그는 “서로 다른 유형의 사람들이 모여 관계를 유지해가고, 그 안에서 사람과 가족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말하고자 하는 영화이다”고 ‘로마의 휴일’을 소개했다.
뇌순남 큰형 ‘기주’는 다소 바보같은 형 캐릭터라 크게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을 수 있다. 감독은 임창정이 분한 ‘인한’역에 무게 중심을 가득 실었다. 배우라면 다소 아쉽다고 느낄 수 있지만 공형진은 ‘인물들의 매칭’에 더 신경을 썼다고 전했다.
“처음엔 ‘우리 영화에서 기주가 차지하는 포지션이 뭐지? 내가 잘 하고 있는 건가?’란 고민을 했어요. 누구 한 명이 더 돋보이는 영화라기 보단 삼총사의 전체적인 매칭이 더 중요한 작품이거든요. 캐릭터가 가진 느낌을 배우가 얼마나 잘 표현했고, 정서적으로 관객에 동질감을 주며 공유했는가 여부가 영화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생각했어요.”
‘로마의 휴일’은 희화적이고 코미디적인 요소가 다분한 영화이지만, 그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가볍게 가는 건 지양하려 했다“고 했다. 작품은 엉뚱 삼총사를 통해 돈이면 다 되는 현실, 돈으로 인해 좌절하는 소시민의 모습을 돌아보게 했다. 그렇게 공형진, 임창정, 정상훈 삼총사는 보편타당한 영화에 준하는 내용을 만들자는 데 힘을 보탰다.
“감독님과 저희 3명이 머리를 맞대고 수없이 고민하며 함께 만들었어요. 코믹한 영화라고 해도 황당무계하지 않은 현실적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하는 거잖아요. 그렇기 위해선 인물 자체도 진지해야 하고, 상황들도 있을법한 상황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시사회 때 객석에서 보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이 찡하더라구요. 저희 영화의 공은 임창정씨가 60~ 70%, 상훈씨랑 제가 30% 이다고 말 할 정도로 창정씨가 정말 애 썼어요.”
배우 공형진의 장점은 연기의 공감도가 높다는 점. 다른 세계에서 펼쳐지는 연기가 아닌,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로 다가오게 하는 능력이 대단하다. 그렇기에 “배우의 연기가 관객들에게 정서적으로 얼마나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기란 데 정답이 있는 게 아니잖아요. 배우들 각자가 가진 고유의 산물이 연기로 나오는건데, ‘이러 이러한 연기가 좋은 것이다’는 식으로 공식화 하는 건 별 의미가 없다고 봐요. 그래서 ‘연기를 가르친다’는 표현은 맞지 않아요. ‘가르친다’는 표현 보다는 ‘함께 느낌을 공유한다’고 말 하는 게 맞아요. 제자들이 스승과 똑같은 연기를 한다고 해서 잘 한다는 게 아니고, 제자라고 해서 스승보다 연기를 못한다고 말 할 수 없어요.”
공형진은 그렇게 연기로 관객의 마음을 노크했고, 편하게 말을 걸었다. 그의 다음 연기가 기대되는 이유다.
“지금까지 수많은 작품을 해왔고, 앞으로도 해 나갈 건데, 어떤 연기를 보여줄 지는 올곧이 저 혼자만의 선택이고 결정이죠. 그 선택과 결정이 관객분들에게 얼마만큼 정서적으로 공감 할 수 있게 다가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죠. 제가 다른 형식의 새로움을 추구했을 때, 기존의 기대치를 가지고 ‘아, 그럴만하구나’ 라고 믿어주신다면, 제 캐릭터에 공감해주신다면 그것 이상 더 좋은 게 어디 있겠어요?”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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