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6차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이 이르면 올해 안에 7차 핵실험까지 단행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6차 핵실험이 기습 도발이 아니라 과거 단기간에 몰아치기식 연쇄 핵실험을 통해 핵 무력을 완성한 후 결국 국제사회로부터 ‘사실상(de facto) 핵보유국’으로서 지위를 인정받았던 파키스탄의 전례를 치밀하게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과거 핵실험 직후 북한이 보여줬던 무력 행보를 감안할 때 이번에도 6차 핵실험으로 고조된 미국 등 국제사회의 긴장감과 관심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조만간 한 단계 더 발전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실험에 나설 가능성도 커 보인다. 추가 무력시위는 이르면 북한 정권 수립일(9·9절)인 오는 9일 단행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7월 두 차례 있었던 화성-14형 발사 실험과 지난달 화성-12형 발사 실험, 그리고 이달 3일 6차 핵실험이 모두 핵보유국 지위를 획득하기 위한 촘촘한 시나리오에 따라 철두철미하게 진행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권 출범 이후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과 고립 정책이 강화되자 결국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가는 길에 속도를 높이는 것만이 유일한 정권 유지 및 생존책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시각에서다.
이를 위해 북한은 그간 핵무기 개발 과정에서 오랫동안 밀월 관계를 유지해온 파키스탄을 롤모델로 삼아 몰아치기식 핵실험으로 빠르게 핵보유국으로 진입하려고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으로 공식 인정받고 있는 국가는 미국·영국·러시아·프랑스·중국 등 5개국이다. 파키스탄은 인도와 함께 공식적인 핵보유국 지위는 인정받고 있지 않지만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대우받고 있다. 다시 말해 인도와 파키스탄은 핵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국제사회로부터 경제제재 등의 조치를 받지는 않는다. 북한 역시 파키스탄과 같은 반열에 올라설 경우 강력한 경제제재 조치 등에서 풀려나고 미국과의 1대1 대화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4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이) 이번에 원리실험에 성공했기 때문에 완전히 수소탄을 만들어 또 실험(7차)을 하는 일을 올해 안에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연구실장은 7차 핵실험이 해를 넘길 경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생일인 내년 1월6일에 단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정 실장은 “연내 추가 핵실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김정일 사망일(12월17일) 전후보다는 현존 최고 권력인 김 위원장 기념일을 택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내다봤다.
또 북한은 7차 핵실험에 앞서 고성능 무기에 대한 추가 실험을 단행할 가능성도 크다. 지난해 1월 김 위원장 생일에 맞춰 4차 핵실험을 감행한 후에도 한 달 만에 사거리 1만3,000㎞ 수준의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 4호’를 발사했고 이어 같은 해 8월에는 SLBM인 ‘북극성’ 시험 발사도 시도했다. 전문가들은 6차 핵실험 후속 무력시위의 대상이 될 무기로 ICBM과 SLBM·EMP탄 등을 꼽고 있다. 북한이 이번 6차 핵실험의 목적을 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이라고 주장한 만큼 다음 단계는 ICBM에 모형 핵탄두를 장착해 쏘아 올릴 가능성이 가장 크다. 또는 ICBM 고각도 발사 실험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정상 각도 발사 실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ICBM 정상 각도 발사 실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ICBM 정상 각도 실험이 성공할 경우 한국과 일본은 물론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감이 극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부분 성공에 그쳤던 SLBM 발사 기술의 진보와 정교함을 과시하려고 나설 가능성도 있다. SLBM은 해저를 움직이는 잠수함의 특성상 탐지가 어려운데다 방어체계 대응시간도 짧아 공포감이 가장 큰 무기로 꼽힌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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