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와 만난 뮤지컬 ‘서편제’=이청준의 소설(1976)에서 출발한 ‘서편제’가 영화(1993)를 넘어 뮤지컬 무대에도 안착했다. 2010년 뮤지컬로 초연한 이 작품은 자체로도 울림이 큰 원작 스토리에 윤일상 작곡가 특유의 감각적이고 현대적인 음악을 가미, 전통을 소재로 한 현대 뮤지컬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 작품으로 꼽힌다.
특히 올해 무대에선 대중음악인이 된 남동생 동호의 이야기와 넘버를 늘려 한의 정서가 가득한 판소리와 대중음악이 하나의 소리길에서 만나는 독특한 체험을 해볼 수 있다.
흠잡을 데 없는 배우들의 열연과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은 ‘서편제’라는 제목 자체에 가졌던 편견을 한 번에 날려버린다. 한지를 붙인 지전으로 무대 전체를 꾸며 여백의 미를 강조한 가운데 삶의 순환성과 인간의 회귀 본능, 끝없는 예술가의 길찾기 등을 상징하는 회전형 무대도 볼거리다.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11월5일까지
◇연극과 만난 현대무용 ‘애매모호한 밤’=‘소리의 시각화’에 집중했던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가 창단 1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애매모호한 밤’에선 무용수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보기로 했다. 팀 이름인 ‘앰비규어스(ambiguous·애매모호한)’에서 나온 작품 제목에서 유추 가능하듯 이번 작품은 안산문화재단 상주예술단체로 활동 중인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가 창단 10주년을 맞아 자신들의 성장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이다. △애매모호한 춤 회사가 뭡니까 △현대무용은 무엇입니까 △이게 재미있나요 △왜 춤을 추나요 △먹고 살만 합니까 등 총 5장으로 구성된 몸의 이야기 속에 무용수들의 독백과 대화, 관객과의 즉석 인터뷰 등을 담았다. 이 속에서 관객들은 현대무용에 좀 더 쉽게 다가가고 무대, 무용수와 소통하게 된다. 작품의 안무를 맡은 김보람 예술감독은 “각 장은 현대무용, 더 나아가 예술인들에 대해 누구나 한 번쯤 해보았을법한 질문들을 허심탄회하게 던지는데 질문의 주어를 바꿔보면 누구에게나 통용될 수 있는 질문이 된다”며 “지난 10년 동안 찾은 나름의 답을 춤이나 대화, 영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관객들과 공유하고 관객들 역시 그 답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별무리극장에서 29~30일
◇애니메이션과 만난 오페라 ‘마술피리’=아시아문화원은 ACC동시대 공연예술 페스티벌 초청작으로 코미셰 오퍼 베를린의 ‘마술피리’를 선보인다. 다음 달 20~22일 사흘간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의 특징은 특별한 무대 세트 없이 스크린에 비춘 애니메이션을 배경으로 배우가 연기하고 노래한다는 점이다. 특히 이 작품은 1982년 개관한, 베를린 3대 오페라극장 ‘코미셰 오퍼 베를린’이 2012년 초연한 작품으로 18개 도시에서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이 작품을 연출한 필리프 브뢰킹 코미셰 오퍼 베를린 오페라 감독은 “200년 넘는 세월 동안 전 세계에서 수도 없이 공연된 ‘마술피리’를 관객들에게 색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은 의미 있다”며 “모차르트의 음악과 스토리를 원작 그대로 보여주되 작품 특유의 시적이고 시각적인 요소들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했다”고 소개했다.
애니메이션은 영국 극단 ‘1927’의 설립자이자 화가인 폴 배릿이 2년에 걸쳐 손으로 그렸고 이에 맞춰 배우가 무대에 오른다. 관객들이 작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2,800명 정원의 극장을 600석 규모로 운영해 어느 자리에 앉든 그림과 배우들의 연기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남도의 산수화를 애니메이션 형식으로 결합한 판소리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10월20~22일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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