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열흘 전만 해도 경기 중 얼굴을 붉혔던 사이인데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 머리를 감싸 안았다. 콩가루 집안이 될 뻔했던 파리 생제르맹(PSG)은 2013년 챔피언 바이에른 뮌헨을 꺾고 내부 결속도 다졌다.
2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파르크 드 프랭스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B조 2차전. 1대0으로 앞선 전반 31분 킬리앙 음바페가 뒤로 내준 공을 에딘손 카바니가 중거리 슈팅으로 마무리하자 네이마르가 다가가 카바니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네이마르와 카바니는 지난 18일 프랑스 정규리그 경기 중 페널티킥을 서로 차겠다며 말싸움을 벌였던 사이. 이후 네이마르가 카바니의 이적을 구단 회장에게 요청했다는 소식까지 알려지면서 둘 사이의 앙금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깊어지는 듯했다. 며칠 뒤에는 네이마르가 분란을 일으킨 데 대해 동료들 앞에서 사과했다는 소식도 들렸다.
팀 간판들의 다툼에 어수선하기 짝이 없던 PSG의 분위기는 그러나 뮌헨전 이후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다. 2대0이던 후반 18분 네이마르가 쐐기골을 넣자 이번에는 카바니가 미소를 띠며 네이마르의 머리를 감쌌다. 경기 중 골 기회를 놓친 네이마르를 카바니가 안아주거나 반대로 득점에 실패한 카바니에게 네이마르가 격려의 손길을 내미는 장면도 여러 번 나왔다. 3대0으로 이긴 PSG는 2연승으로 조 1위를 달렸다. 경기 후 카바니는 “우리는 삶의 방식이나 사물을 보는 시각이 저마다 다르다. 하지만 그라운드에서는 승리를 위해 가족처럼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UEFA는 이날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네이마르를 선정했다. 네이마르는 득점 외에 전반 2분 다니 아우베스의 선제 결승골도 어시스트했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19세의 음바페에게 양 팀 최고인 평점 9점을 줬다. 카바니와 네이마르는 각각 8점과 7점. 음바페의 기록은 1도움이지만 네이마르의 득점 때도 수비진을 헤집고 골키퍼 앞까지 돌진하는 등 어시스트에 가까운 역할을 했다. 이날 대부분의 공격 작업은 음바페의 발에서 시작됐다. 후반 34분 교체돼나가는 음바페에게 파리 홈팬들의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네이마르-카바니-음바페의 가공할 ‘삼지창’은 10월1일 보르도를 깨러 정규 리그에 나선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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