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취업준비생인 A(25)씨는 명절이면 더욱 외롭다. 고향에 가려니 가족들의 잔소리가 두렵고 그렇다고 도시에 있자니 마땅히 갈 곳이 없어서다. 최근 친구의 소개로 ‘명절대피소’를 만났다. 비슷한 처지의 취준생들이 모이고 또 공부도 할 수 있다니 일거다득이다. 사상 최악의 취업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최장 명절 연휴를 맞아 학원에 설치된 휴식공간을 찾는 취준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학원들도 잇따라 대피소를 제공하고 있다.
29일 학원가에 따르면 대표적으로 파고다어학원은 서울의 강남·종로·신촌지점을 비롯해 인천 및 부산 서면, 대연, 부산대점에서 다음달 3일부터 6일까지 총 4일간 명절대피소를 운영한다. 추석 당일을 제외하고 오전10시부터 오후6시까지 학원을 무료로 개방할 방침이다.
파고다어학원은 갈수록 높아지는 취업 문턱에서 고군분투하는 취준생들을 응원하고자 지난 2015년부터 ‘파고다 명절대피소’를 운영해왔다. 스터디 공간은 물론 간식 및 음료 등을 무료로 제공해 갈 곳 없는 취준생들의 명절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는 후문이다. 특히 파고다어학원 수강생이 아니라도 취준생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파고다 관계자는 “명절대피소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으며 과거 방문했던 학생들의 재방문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아울러 좀 더 알찬 연휴를 위해 연휴 열흘간 무료로 토익·오픽·HSK 등의 온라인강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추석 특강을 듣는 수험생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선물을 마련한 학원도 있다. 에스티유니타스의 공무원 시험 전문 브랜드 커넥츠 공단기는 떡과 음료수·편지 등을 전달할 예정이다.
한편 최근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전국 20대 회원 1,1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1.9%가 다가오는 추석을 “혼자 보내겠다”고 답했다. 또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추석 명절대피소는 ‘카페(29.5%)’였다. 다음으로는 PC방(17.1%), 집 앞 공원(12.2%), 영화관(8.5%), 노래방(5.9%), 쇼핑몰(4.3%) 순이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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