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조만간 나올 미국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이 대단히 낮다고 관측했다. 최근 외환위기 20주년을 맞아 전문가들이 제기하는 제2 경제위기 가능성에 대해서는 “없다”고 잘라 말하는 등 경제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북핵 위협에 더해 자동차·조선 등 주력산업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는 만큼 자만하지 말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환율조작국 지정 기준으로 보면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데 우리는 이 중 ‘지속적으로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한다’는 조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는 △연간 대미 무역흑자 200억달러 이상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흑자 3% 이상 △GDP 대비 2% 이상 자국 화폐가치 하락 유도 개입 등 세 가지 조건에 해당하는 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여러 경제제재를 할 수 있게 규정을 두고 있다. 환율조작 여부는 15일 전후로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고 보고 그렇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홍장표 경제수석은 브리핑을 열어 “일각에서 경제위기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홍 수석은 당시와 달리 경상수지·외환보유액·기업부채 등의 지표가 월등히 좋은 점을 근거로 들었다. 청와대는 최근 경제위기 등의 우려가 커지자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브리핑을 자청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북핵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존재함에도 좋은 경제지표들이 나온다”며 “이는 우리 경제가 만만하지 않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혁신성장 정책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혁신성장이 창조경제와 다른 점이 뭐냐는 시각이 있지만 어떤 혁신정책이 나올지 두고 보라”며 “뭔가 다른 것이 나올 것”이라고 역설했다.
금융시장도 긍정적으로 봤다. 홍 수석은 “코스피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 좋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정부 당국자가 시장 상황을 전망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한 관계자는 “최근 수출, 세계 경제 등 여러 경제지표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가능성에 대해서는 둘 다 가능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미국이 실제로 한미 FTA 폐기 카드를 쓸 수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미국이 폐기 카드를 쓸 수도, 안 쓸 수도 있다”며 “미국이 어떤 카드를 내든 그에 대응하겠다는 것이 한미 FTA 개정협상과 관련된 우리 정부의 기본적 입장”이라고 답했다. 청와대가 한미 FTA 폐기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통상당국이 가능성을 언급한 적은 있어도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폐기는 성급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청와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관련해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이면합의설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홍 수석은 한미 FTA 개정 절차에 들어간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 정부가 말 바꾸기를 했다거나 미국과 이면합의를 했다고 근거 없는 주장을 하는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그동안 한미 FTA와 관련해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고 열린 자세로 미국과 대화해나갈 것을 일관되게 이야기해왔다”며 “지난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발표된 공동선언문에 있는 것이 합의 사항의 전부”라고 역설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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