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가기 꺼리는 장소는 어디일까.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나 물에 젖어 빈 머리가 그대로 드러나는 목욕탕도 있겠지만 미용실도 대표적인 공간 중의 하나다. 안 그래도 없는 머리숱을 손질하러 간다는 부담감을 완전히 바꿔놓은 남성 전문 헤어디자이너가 있다.
1,000만 탈모인의 희망으로 불리는 이미영(32)씨, 일명 ‘엘’이 그 주인공이다. 모발 이식 수술을 받거나 가발을 착용한 것이 아닌데도 그의 손길만 거치면 탈모인의 빈 머리는 감쪽같이 가려진다. 그가 운영하는 강남의 미용실 ‘어헤즈맨’을 직접 찾아 마법 같은 기술의 비밀을 들어봤다.
“탈모로 고민하는 고객분들의 상당수는 중년층이세요. 대부분은 빈 머리를 그냥 내버려두거나 가발을 쓰셨던 분들이죠. 제게 헤어 디자인을 받은 후에는 계속 미용실을 찾는 고객님들이 많아요.”
탈모인의 빈 머리를 가려주는 비법은 파마에 있다. 그가 탈모인을 위해 고안한 ‘히든펌’은 남은 머리카락의 모발 끝을 비어있는 머리 방향으로 강하게 말아 빈 머리를 자연스럽게 가려주는 방식이다. 파마 시술 후 3개월 정도는 스스로 머리 손질을 할 수 있을 만큼 관리도 쉬운 편이다. 덕분에 엘이 운영하는 미용실을 방문하는 손님은 오랜 단골인 경우가 많다.
처음 일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엘은 패션쇼 모델들의 화려한 머리를 담당하는 디자이너였다. 대중들이 볼 때는 난해하게 느낄 수 있는 머리 모양을 만드는 것이 주 업무였던 셈이다. 방향을 바꾼 것은 대중성 있는 헤어 디자인에 도전하고 싶다는 목표에서였다. 그중에서도 하필 남성 탈모인을 전문으로 하는 디자이너의 길을 택한 이유는 뭘까.
“남들이 안 가본 블루오션을 선택하려다 보니 남성을 타깃으로 잡았죠. 그런데 고객을 대할수록 탈모로 고통 받는 남성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제 기술로 그들을 도울 방법을 계속 찾고 연구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결과적으로 선택은 옳았다. 입소문을 타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22만여명의 팔로어를 보유하게 됐다. 매출 역시 업계 상위 0.1% 수준이라고 한다. 소득은 연 수억원대로 추산된다.
더 많은 이들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남성 전문 헤어디자이너의 길을 택한 엘. 지금은 고객들에게 되레 행복함을 돌려받고 있다. 그는 “오랜 단골 분들과는 고민을 나누고 조언도 구하면서 친남매처럼 지내죠”라며 “앞으로도 헤어 디자인으로 고객들에게 큰 만족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정순구·이종호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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