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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근로자 노조설립 허용]특수직 범위·기준 모호...노동권 보호하려다 일자리 줄어들수도

업종 일일이 꼽기 어려워...정부·노동계 추산인원 180만명 차이

사용자 여럿인 경우 허다...단체행동때 교섭대상 등 문제 투성이

고용위축 부작용도 우려...직종별 실태 파악·비교연구 선행돼야

서울시내 한 아파트에서 택배기사가 경비원에게 박스를 전달하고 있다. 택배기사 등 특수고용직 근로자들은 법상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 등으로 분류된다. 때문에 노동 3권을 보장 받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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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특수고용직 종사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등 노동 3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함에 따라 정부 추산 50만명, 노동계 추산 230만명의 근로자가 노동 시장의 거대 세력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특수고용직 범주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특수고용직 근로자의 노동 3권이 일률적으로 보장되면 노동계의 요구가 한층 다양해지고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17일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한 안은 특수에 대해 명확한 정의를 내리고 있지는 않다”며 “지난 2005년 정부가 노동권 보장 사안을 놓고 논의했던 직종은 학습지 교사, 골프 경기보조원(캐디), 레미콘 기사, 보험설계사 등 총 4개였는데 지금은 수십 가지가 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특수고용직은 이들 4개 직종을 비롯해 자동차 판매사원, 화물차 운전자, 방과 후 학교 강사, 애니메이터, 대리운전· 택배·퀵서비스 기사, 배달 앱 근로자 등 일일이 꼽기도 어려울 정도다. 이 때문에 정부와 노동계가 추산하는 근로자 수는 각각 50만명과 230만명으로 무려 180만명이나 차이가 난다.

인권위가 특수고용직 근로자의 노동 3권 보장을 요구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인권위는 2007년에도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방안에 관한 의견표명’을 해 이들이 노동 3권을 보장받고 4대 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법률을 제·개정하라고 정부와 국회에 권고했다. 하지만 이번 인권위의 조치가 유독 힘을 받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해당 사안에 역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국정기획자문위원회도 특수고용직 종사자의 노동 3권 보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전국대리운전노조와 전국택배연대노조는 정부에 노조설립 필증을 발부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실정이다. 두 단체는 8월 각각 서울고용노동청에 노조 설립 신고서를 냈다. 이들 노조 관계자는 “노동조합 설립 필증이 늦어지면서 특수고용노동자는 법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고통받고 있다”며 “정부가 당장 보호해줄 수 없다면 택배노동자 스스로 권리를 지킬 수 있게 노조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문제는 특수고용직 범위와 기준이 불명확하고 직종별 실태 파악과 비교 연구가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률적으로 노동 3권을 보장하면 여러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이 단체행동권을 통해 파업했을 때 사용자 측에서 과연 누가 교섭 대상자로 나서야 할 것인가가 문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수고용직 근로자는 일반 근로자와 다르게 사용자가 여럿인 경우가 많다”며 “파업을 할 경우 당장 수많은 사용자 가운데 누가 교섭에 나서야 할지를 놓고 혼란을 빚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일자리를 줄이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제조업에 기반을 둔 노동기본권을 강제하면 미래지향적인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보험업계는 보험설계사의 노동 3권을 인정하면 단체협약으로 복리후생 확대 등 관리 비용이 늘어나게 되므로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저능률 설계사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뿐 아니라 노동 3권 보장이 4대 보험 적용 이슈로 옮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근로기준법과 노조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의 개별법이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의 개념이 다소 다르다 해도 결국에는 수렴될 가능성이 높다. 노동 3권 보장이 곧 4대 보험 적용을 의미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비용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노동 3권 보장 확대에 대해서는 대체로 찬성하면서도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산별노조 체계의 전통을 가진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는 기업단위의 노조 조직 체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특수고용직 종사자에 대한 단결권의 보장이 상당히 낯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특수고용직 종사자는 개념상 자영업자 속성도 내포하고 있으므로 오랫동안 전형적 근로자 개념을 전제로 해 구축해온 근로 3권 관련 법 적용과 해석에 있어 모호성과 불명확성이 문제가 될 여지가 크므로 정부의 세밀한 대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고용부의 인권위 권고수용 소식이 전해지자 노동계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힌 반면 경영계는 우려를 표명했다. 노동계는 “비정규직 중에서도 최악의 비정규직이 특수고용직”이라며 “하루속히 노동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는 “가뜩이나 친노동 정부가 들어선 뒤 노동계 요구가 봇물을 이루는 상황에서 요구 사항이 더 다양해지고 수위도 더 높아질 것”이라며 “노동권 보장이 자칫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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