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청산을 둘러싸고 자유한국당 수뇌부인 홍준표 대표와 정우택 원내대표 간에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다. 홍 대표가 친박계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한 제명을 강경하게 밀어붙이자 정 원내대표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한국당 투톱의 이견까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당내 갈등 구조가 한층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정 원내대표는 2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하루아침에 출당 조치를 하려고 하면 분명히 상대방의 반발이 있을 것”이라며 “그분들이 스스로 용단을 내릴 수 있도록 과정을 밟아가는 것도 중요한 정치라고 본다”고 밝혔다. 또 “오랫동안 정치를 해온 선배나 동료 의원에 대한 신상의 문제는 더욱 민감하다”며 홍준표식 인적 청산 방식을 지적했다. 정 원내대표는 그간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에 대해서도 ‘너무 서두르는 것은 좋지 않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정 원내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서·최 의원을 향해 맹공을 퍼부으며 친박 청산에 강한 의지를 내비친 홍 대표의 행보와는 사뭇 다르다. 홍 대표는 전날 당의 자진 탈당 권유에 반발한 두 의원을 향해 “6년 동안 박 전 대통령을 팔아 호가호위했던 분들”이라며 “탄핵 때는 숨어 있다가 자신의 문제가 걸리니 이제 나와서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좀 비겁하다”고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서·최 의원 제명에 이르기까지 진행될 각종 절차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인적 청산을 둘러싼 ‘홍준표-정우택의 견해차’는 자연스레 당 차원의 보수통합 작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정 원내대표의 이날 발언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정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홍 대표가 당을 장악하기 위해 베팅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전하며 홍 대표 독주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정 원내대표를 제외한 홍 대표와 서·최 의원은 현재 해외출장 중이다. 이들이 귀국하는 이번주 말 이후 한국당 내부의 갈등도 재점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