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눈에 띄게 부상한 인물은 시진핑 집권 1기에서 정국 운영의 좌우 기둥 역할을 맡았던 리잔수(67) 당 중앙판공청 주임과 왕후닝(62)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이다. 시진핑의 비서실장으로 ‘좌(左)잔수’로 불렸던 리 주임은 이번 상무위원단에서 리커창 총리에 이은 서열 3위로 당당히 등극하며 명실상부한 시진핑의 왼팔로 자리매김했다. 리 주임은 중국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시진핑 1기 최대 치적인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설계자로 알려진 책사 왕후닝도 당 중앙서기처 서기로 발탁돼 집권 2기에서 정책보조자 중추 역할을 이어나간다.
상무위원단에 가세한 신진 인물 가운데 가장 젊은 자오러지(60) 당조직부장은 이번 최고 지도부 개편의 최대 승자로 평가된다. 당초 상무위원단 진입 가능성이 낮게 평가됐지만 왕치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중국 공산당 지도부 7상8하(67세 퇴임, 68세 유임) 전통에 따라 물러나면서 그의 뒤를 잇는 파란의 주인공이 됐다. 왕 서기가 부패 사정의 칼잡이 역할을 맡으며 리 총리를 제치고 중국 지도부 2인자 위치에 올랐던 만큼 자오 부장이 중국 내 정치 파워 ‘넘버 투’ 자리를 거머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자오 부장은 5년 뒤 차기 지도부 인사가 예정된 20차 당대회 때 65세로 7상8하 원칙에서 자유롭다는 점에서 그의 권세가 장기간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양제츠(67)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시 주석의 두 동창인 천시(64) 중앙조직부 부부장, 류허(65)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도 정치국원에 올라 정가의 주목을 받게 됐다. 중국에서 외교사령탑의 정치국원 진입은 첸치천 이후 14년만이다.
반면 5년 전 18차 당대회에서 50대에 정치국원에 입성하며 중국 지도부 6세대 후계자로 꼽혔던 후춘화(54) 산둥성 서기는 상무위원에 끝내 오르지 못하면서 빛이 바랬다. 앞으로 5년 동안 자신의 능력을 재입증하지 않으면 차기 당대회에서 상무위원은커녕 지도부 대열에서 탈락하거나 아예 낙마할 수도 있다는 큰 부담을 안게 됐다. 시 주석의 저장성 서기 시절 그의 칼럼 초고를 작성하며 나팔수 역할을 맡았던 천민얼(57)도 차세대 유력 최고지도자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했지만 경력 부족의 한계를 실감하며 정치국원 입성에 만족해야 했다.
후진타오 집권기에 후춘화와 함께 차기 유력 후보로 낙점됐던 쑨정차이(53) 전 충칭시 서기의 몰락은 더욱 극적이다. 중국 정가의 스타였던 그는 당대회를 두 달여 앞둔 지난 7월 말 비리 혐의로 공안에 연행된 데 이어 8월에 공식 낙마가 확정되면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번 당대회를 앞두고 거취 변화 여부에 관심이 쏠렸던 리커창 총리는 외형상 살아남았지만 시 주석의 절대 권력의 빛에 눌려 사그라드는 별이 됐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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