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화이트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KT·신세계 등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화이트리스트 의혹은 이전 정권이 기업들을 압박해 보수단체에 돈을 대주고 친정부 시위 등을 조장했다는 내용이다. 검찰 수사가 앞으로 다른 기업 및 전 정권 실세들로 향할지 주목된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는 최근 KT와 신세계로부터 사회공헌기금 사용 내역 등 자료를 넘겨받았다. 검찰이 확보한 자료는 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이들 기업의 사회공헌기금 사용 내역이다. 앞서 검찰은 LG그룹과 SK그룹·현대차그룹에서도 유사한 자료를 건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그룹 가운데 일부는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부터 최근까지의 사회공헌기금 사용 내역을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소식에 정통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10대 그룹에 속하는 대기업으로부터 사회공헌기금 사용 내역을 모두 건네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부 기업에서는 2008년 이후 자료를 제출받는 등 검찰이 박근혜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까지 폭넓게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검찰은 전현직 기업인들에 대한 참고인 소환 조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과 김완표 전 삼성 전무를 불러 조사한 데 이어 이달 중순 CJ그룹 조모 부사장도 소환해 조사했다. 김용환 현대차그룹 부회장과 윤모 CJ 상무, 김모 전 SK 부회장 등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기업에 압력을 가해 보수성향 단체를 지원한 정황이 광범위하게 드러나는 만큼 검찰도 수사 대상을 크게 늘리는 모양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10대 그룹 이외로도 수사를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압박으로 대기업이 보수단체를 지원하고 이들 단체가 관제데모에 나서는 악순환이 이전 두 정부에서 지속된 것으로 밝혀지고 있어 대기업들이 피의자가 아닌 피해자로 줄줄이 수사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의 수사 방향은 궁극적으로 보수단체 지원으로 친정권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기업을 압박하는 데 깊숙이 관여한 전 정권 실세들로 향할 수 있다”며 “부당한 압력이 있었는지 조사하기 위해 기업 조사는 필수불가결하다”고 말했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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