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아일랜드’ 제주에서 ‘골프의 계절’의 대미를 장식할 SK핀크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10회째를 맞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간판 대회가 올해도 골프팬들의 가을 주말을 책임진다.
이번 대회 우승 후보 4인은 흥미로운 인연으로 연결돼있어 더 눈길을 끈다. 이정은(21·토니모리), 김지현(26·한화), 이승현(26·NH투자증권), 최혜진(18·롯데)이 그 주인공. ‘신예 기수’ 이정은과 최혜진은 국가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이고 ‘중견 대표’ 김지현과 이승현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지난 2010년 데뷔한 동기생이다.
27~29일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GC(파72·6,489야드)에서 열리는 서울경제 클래식에 나란히 출사표를 던진 이들의 목표는 당연히 우승. 총상금을 6억원으로 늘리면서 우승상금도 1억2,000만원으로 많아졌다. 목표는 같지만 우승으로 얻는 열매의 빛깔은 선수별로 다양하다. 먼저 이정은. 상금·대상(MVP)포인트·평균타수·다승(4승) 1위를 달리는 그는 지난 시즌 박성현이 남긴 ‘대세’ 타이틀을 이어받았다. 이름이 같은 선수가 많아 협회 등록명이 ‘이정은6’인 이정은은 ‘핫식스’라는 별명으로 필드를 주름잡고 있다.
이쯤 되자 골프팬들은 올 시즌 이정은의 기록을 지난 시즌 박성현이 남기고 간 기록과 비교하기 시작했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톱10 진입 확률과 평균타수. 이정은은 75%의 독보적인 기록으로 톱10 진입 1위를 찍고 있다. 24개 대회에 출전해 톱10 밖으로 밀린 적은 단 6번뿐이다. 박성현의 65%(1위)보다 현재까지는 나은 기록이다. 박성현은 20개 출전 대회 중 18번 컷 통과를 했고 이정은은 24개 대회에서 한 번도 컷 탈락이 없다. 이정은은 또 평균타수 69.80에서 박성현의 69.64타에 다가가고 있다. 시즌 막바지라 따라잡기가 쉽지 않지만 이번주 몰아치기를 선보인다면 또 모를 일이다.
이정은의 현재 상금은 10억1,200만원. 지난 시즌 박성현이 기록한 역대 한 시즌 최대 상금 13억3,300만원을 경신할 가능성이 아직 있다. 시즌 종료까지 남은 대회는 3개. 이번 주 우승상금을 가져간다면 확률은 부쩍 높아진다. 또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남은 대회 결과와 관계없이 상금왕을 확정한다.
지난 8월 프로로 전향한 ‘슈퍼여고생’ 최혜진은 이후 2개 대회에서 각각 톱5·톱25에 오르며 순항 중이다. 최근 흐름을 보면 최혜진과 이정은이 마지막 날 우승 경쟁을 벌이는 구도도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이정은은 최혜진에 대해 “훌륭한 후배가 두각을 드러내는 것은 경쟁을 떠나 무조건 좋은 일”이라고 했다. 최혜진은 “(이)정은 언니는 항상 자기 플레이에 확신을 가지고 안정적인 게임을 한다. 특히 퍼트·어프로치 샷 기술은 배우고 싶다”고 했다.
김지현과 이승현은 데뷔 후 서로 다른 길을 걸었다. 김지현은 7년간 달고 다녔던 ‘우승 없는 강자’ 꼬리표를 올 시즌 3승으로 말끔히 떼어냈다. 이와 달리 이승현은 2년 차에 거둔 첫 승을 시작으로 차곡차곡 통산 5승을 쌓았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으로 처음 한 시즌 2승을 올렸던 이승현은 올해는 첫 타이틀 방어를 노리고 상금 2위(약 7억7,000만원) 김지현은 기적 같은 역전 상금왕의 발판을 마련할 태세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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