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국가대표의 다음 10년을 책임질 가드 재목.’
농구 국가대표 감독 허재의 아들 허훈(22·연세대 스포츠레저학과)에 대한 농구계의 평가다. 그는 오는 30일 열리는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 나선다.
최근 서울 연세대 체육관에서 만난 허훈은 중간고사를 막 치른 뒤 유니폼을 손에 들고 사복 차림으로 허겁지겁 들어왔다. 초등학교 때 농구를 시작한 후 친구들과 여행 한 번 못 간 그다. 허훈은 “대학 내내 엠티 한번 못 가본 게 너무 아쉽지만 스스로 선택한 길”이라며 “참고 하다 보면 낙이 오지 않겠냐”고 큰 눈으로 장난기 있는 웃음을 보인다.
올해 허훈이 보여준 반전은 기대 이상이었다. 지난달 22일 연세대와 고려대 간 정기전은 ‘등번호 9번(아버지 허재의 현역시절 등번호)’의 무대였다. 드리블이 아니라 퍼스트스텝(상대 돌파 때 처음 내딛는 걸음으로 돌파의 승패를 좌우한다)으로 상대 수비를 제쳐 전체 경기의 속도감을 높였다. 자유투도 막힘이 없었다. 올해 초 국가대표로 치른 경기에서 보여준 부진과는 딴판이었다. 관중은 ‘역시 허훈’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국가대표를 하면서 팔이 긴 외국 선수들과 만났을 때는 드리블 돌파 시도도 많이 막혔어요. 그러다 보니 빈틈을 파악하게 돼 국내 선수들과 경기할 때는 여유가 많이 생겼어요.”
여유가 생길 때까지 독하게 연습했다. 정기전을 앞두고는 하루에 슈팅 연습을 1,000개까지 했다. 슈팅 결정력을 높이기 위해 스킬트레이닝도 받았다. 드리블 없이 수비를 제치는 것은 아버지가 항상 강조하는 것이기도 했다.
“다른 선수들의 운동량에 비해 근육이 빨리 나오는 편이에요. 아버지의 좋은 몸을 물려받아 힘이 특별히 세지는 않지만 근육 라인이 남들보다 빨리 만들어진 것 같아요.” 다른 선수들이 부러워할 대목이다. 그럼에도 그가 절박하게 연습하는 것은 승부사 기질 때문이다. 힘들게 운동하더라도 이겨야 스트레스가 풀리지 지면 못 참는 스타일이다.
이제 허훈은 ‘농구대통령’ 허재의 아들이나 유망주가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 무대에 서게 됐다. 프로에서 외국 선수와의 대결을 두고 긴장되지 않느냐고 묻자 “체격 차이가 있어도 수비할 때 정말 내가 이 사람한테 공을 안 주겠다는 마음이 있으면 그게 통한다고 본다. 마음 단단히 먹고 죽기 살기로 하겠다”면서 웃었다. 더 큰 목표는 다치지 않고 오래 농구 코트에서 허훈답게 남는 것이다. “허훈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 누구도 아닌 ‘제1의 허훈’이요.” /정혜진기자 made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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