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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라차차! 2018평창] 한국 문화의 창, 평창…'코리아 프리미엄' 각인 기회로

<2>한국문화를 세계로

지명도·국민 관심 낮아…"문화, 성공 위한 필수 요소"

문화가 먹여살린 '런던'처럼 연속성 이벤트 고민 필요

행사 수보다 지향점 확립…'한류'의 의존도 조절해야





강릉 올림픽아트센터 조감도. 평창문화올림픽의 ‘아지트’ 역할을 하기 위해 지하 1층, 지상 3층의 1,200석 규모로 지어졌다. 509억원이 투입된 동해안 최초의 복합문화예술 공연장이다. /제공=강릉시


2018 평창동계올림픽(2월9~25일)과 패럴림픽(3월9~18일) 기간에 우리나라를 찾을 외국인 관광객은 8만3,000명에 이를 것으로 한국관광공사는 기대하고 있다. 또 대회 조직위원회는 선수단과 취재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종목별 국제연맹 관계자만 7만5,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이 둘을 더하면 16만에 가까운 숫자가 나온다.

이들은 단순히 경기를 보면서 응원하거나 대회 관련 업무를 보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이미지를 갖고 돌아가게 될 것이다. 우리는 그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기억될까. 이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것이 바로 ‘문화올림픽’ 콘셉트다. 문화올림픽은 올림픽 가치를 통해 개최국과 세계의 사람들을 참여하게 만드는 다양한 문화·엔터테인먼트·축제·체험활동으로 개최 도시가 올림픽 기간 전부터 올림픽 종료 때까지 전개하는 문화 프로그램과 페스티벌을 통칭한다. 1988년 서울하계올림픽이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를 세계 무대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면 30년 만에 다시 맞는 평창올림픽은 국제사회에 문화 강국 한국의 위상을 각인하는 ‘코리아 프리미엄’의 기회가 될 것이다.

서울역 인근 서울스퀘어에서 평창문화올림픽 미디어파사드(건물 외벽에 LED 조명을 비춰 영상을 표현하는 기법) 쇼가 펼쳐지고 있다. /연합뉴스


◇야심 찼던 문화올림픽, 출발은 늦었지만=문화체육관광부는 평창이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된 지난 2011년부터 문화올림픽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문화올림픽 총괄기획자로 인재진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 총감독을 선임한 것이 올 4월일 정도로 준비가 더뎠다. 문화올림픽까지 챙기기에는 최순실 국정농단과 블랙리스트 사태로 인한 혼란이 너무 컸다.

이제라도 문화올림픽 프로젝트가 추진력을 얻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평창올림픽에 관심 있다는 국민은 39.9%(9월 문체부 여론조사), 입장권 판매율은 현재 30%대에 머물고 있는 상황. 올림픽을 준비하는 문체부·조직위·강원도에 문화올림픽은 풍미를 더하는 향신료를 넘어 생존을 위한 필수영양소와도 같다.

문체부 등이 계획한 평창올림픽 관련 문화 이벤트는 150여개다. 이 중 조수미·나윤선·원일·양방언·이병우 등이 출연하는 ‘프라이드 오브 코리아’ 공연과 올림픽 참가국의 대사관·문화원이 추천한 각국 아티스트들이 선보이는 ‘월드컬처콜라주’ 공연·전시는 특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문화올림픽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무료이거나 입장료가 아주 저렴한 수준이어서 올림픽을 매개로 한 문화 향유권 확대라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공중곡예 전문팀이 2012 런던올림픽 개막을 기념하기 위해 런던 밀레니엄브리지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AP연합




◇문화가 먹여 살린 런던올림픽처럼=최근 옥스퍼드 경제연구소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런던하계올림픽 이후 올림픽 개최지인 런던 동부에는 5만개의 일자리가 생겨났다. 대회 전 예상의 5배에 이르는 놀라운 수치다. 올림픽 4년 전부터 시작된 문화올림픽을 통해 영국 전역에서는 총 10만건 이상의 문화예술 행사가 열렸다. 2012년 런던 페스티벌 행사에만 2만5,000명의 각국 예술가들이 참여해 1만3,000회의 공연을 펼쳤고 1,980만명이 이를 관람했다. 런던올림픽은 올림픽이 구현해낼 수 있는 문화적 가치의 정수를 선보인 대회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평가 덕에 서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됐던 런던 동부에 대한 이미지가 확 바뀌었다. 올림픽 개최 도시들이 대회 뒤 ‘유령도시’로 변하는 경우가 많지만 런던 동부에는 문화올림픽에 대한 깊은 인상에 오히려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문화올림픽은 올림픽에 대한 관심을 끌어모으는 역할 외에 이처럼 개최 도시를 ‘먹여 살리는’ 역할도 한다. 일회성 이벤트보다 올림픽 이후에도 개최지인 평창·강릉·정선으로 사람들을 모을 수 있는 연속성 이벤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세계적인 관광지이자 예술의 중심인 런던의 문화적 환경이 평창과 차이가 큰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잘 알려지지 않은 도시라는 핸디캡은 오히려 어드밴티지일 수도 있다. 자연이나 그 안의 사람 등 스스로 정체성을 확실하게 잡고 그에 맞춘 방향성 있는 공연·전시로 관객에게 다가가는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우리에 앞서 문화올림픽에 초점을 맞췄던 2010년 밴쿠버동계대회, 2016년 리우하계대회는 각각 ‘디지털’과 ‘다양성’에 역점을 두었다. 이처럼 평창문화올림픽도 무조건 문화 행사의 숫자만 늘릴 것이 아니라 모든 행사를 관통하는 지향점을 정립하는 데 먼저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상대적으로 경기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는 패럴림픽 기간에 문화올림픽 행사를 더 풍성하게 계획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소프라노 조수미가 지난 9월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열린 ‘평창의 밤’ 행사에서 공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랑스러운 한류 콘텐츠, 잘 꿰어야 보배=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개막식은 지금도 일부에서 개막식의 ‘나쁜 예’로 회자되고 있다. 당시 개막식은 배우 장동건·김수현과 아이돌그룹 엑소·JYJ, 가수 싸이 등 연예인의 출연 비중이 유독 컸다. 성화 최종 점화자도 스포츠와 관계없는 배우 이영애가 맡았다. 그마저도 사전 유출돼 맥빠진 잔치가 되고 말았다. ‘스포츠대회 개막식이 아니라 한류 콘서트 같았다’는 다수의 비판에 장진 예술감독은 “TV 카메라 중계팀과의 협의가 미흡했다. 우리(연출진)가 보여주고자 했던 장면이 카메라 앵글에 잡히지 않는 일이 너무 많았다”고 하소연했다.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아이돌그룹 등 한류 콘텐츠는 우리가 가진 중요한 무기다. 그러나 개최 도시와 개최국의 역사·문화·미래를 150분 안에 압축해 보여줘야 하는 개막식의 상당 비중을 한류 스타에 의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별도로 건설한 문화예술 행사 전용공간인 강릉 올림픽아트센터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 등이 충분히 있다.

개·폐막식을 지휘하는 송승환 총감독은 “출연자 캐스팅도 거의 끝나 이달부터 개막식 리허설을 시작한다. 분단과 전쟁을 거친 나라가 독창적으로 발전한 모습을 현대무용과 미디어 영상 등 다양한 형태로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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