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24·KEB하나은행·사진)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데뷔가 동갑 친구들보다 늦었다. 지난 2012년 말 시드전을 보러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대회를 망쳤다. 박성현은 우리 나이로 스물두 살에야 1부 투어에 진입했다. 앞서 고교 2학년 때부터 3년간은 원인 모를 드라이버 입스(yips·불안증세)로 한 라운드에 아웃오브바운스(OB)를 10개씩 내기도 했다.
그랬던 박성현이 6일(한국시간) 발표된 여자골프 세계랭킹에서 1위에 올랐다. 박성현은 국내 무대를 거쳐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데뷔한 신인. 신인이 세계 1위에 오른 것은 여자골프에 세계랭킹 제도가 도입된 2006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성공하려면 남들과 달라야 한다며 골프백에 ‘남달라’를 새긴 박성현은 남들보다 뒤에서 출발해 가장 먼저 ‘월드 넘버원’에 올랐다.
한국 선수의 세계랭킹 1위 등극은 신지애·박인비·유소연에 이어 박성현이 네 번째. 신지애는 2010년, 박인비는 2013년에 처음 세계 1위에 올랐고 유소연은 올 6월 말 처음 세계 1위에 등극, 19주간 왕좌를 지킨 뒤 2위 박성현에게 이날 1위 자리를 내줬다. 박성현은 세계 1위 등극 전망이 나온 5일 “세계 10위로 미국에 갔다. 세계 1위는 말만 들어도 가슴 벅차다”면서도 “세계 1위가 됐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올해 메이저대회 US 여자오픈 등 시즌 2승을 거둔 박성현은 주요 부문 싹쓸이를 노린다. 신인왕은 이미 확정했고 6일 현재 상금 1위(216만달러), 올해의 선수 포인트 2위(148점), 평균타수 2위(69.169타)를 달리고 있다. 올해의 선수 포인트에서는 1위 유소연에게 14점, 평균타수 부문에서는 1위 렉시 톰프슨(미국)에게 0.022타 뒤져 있을 뿐이다. 그야말로 간발의 차. 8일부터 중국에서 열리는 블루베이 LPGA 대회에서 모두 역전 가능한 거리다. 시즌 종료까지 이 대회를 포함해 2개만이 남았다. 신인왕, 상금왕, 올해의 선수, 최소타수상을 한꺼번에 거머쥔 LPGA 투어 선수는 1978년 낸시 로페스(미국)가 처음이자 마지막. 그해 로페스는 9승을 쓸어담았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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