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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시아파 초승달 벨트





이슬람 국가에서는 초승달을 성스럽게 여긴다. 회교 창시자 마호메트가 알라의 계시를 받을 때 초승달과 샛별이 하늘에 떠 있었다는 데서 유래한다. 초승달은 알라가 전하는 진리의 시작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깜깜한 그믐이 지나고 떠오르는 달이 바로 초승달이니 수긍이 간다. 영어로 초승달은 점점 증가한다는 ‘crescent’에 ‘moon(달)’을 붙인 합성어다. 이슬람 국가 다수의 국기에 초승달이 새겨진 연유도 여기에 있다. 오스만제국이 초승달과 별을 사용한 국기를 사용한 후 오스만의 후신 터키를 시작으로 남쪽으로는 지중해를 넘어 튀니지·알제리·리비아 등 북아프리카로 퍼졌고 동쪽으로는 아제르바이잔과 파키스탄 등 서아시아로 확산됐다.

종교의식에도 초승달이 빠질 수 없다. 이슬람 성월(聖月)인 라마단은 이슬람력 기준으로 아홉 번째 초승달이 뜨는 시점에 시작해 다음 초승달이 뜰 때 끝난다. 이슬람의 성도 메카에 들어선 세계 최고층 시계탑(알베이트 클락타워) 꼭대기에도 초승달 조각이 새겨져 있다. 세계 4대 문명 중 하나인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상지를 흔히 ‘비옥한 초승달 지대’로 부른다.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사이의 팔레스타인과 이집트·이라크·소아시아에 이르는 지역이 마치 초승달 모양 같다고 해 미국 역사학자가 그런 이름을 붙였다.



시리아군과 동맹세력이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최후의 도시 거점인 알부카말을 지난주 말 탈환했다. IS가 국가를 자칭한 지 3년5개월 만에 세계를 테러의 공포로 몰아넣은 검은 깃발의 거점은 사실상 종말을 맞게 된다. 중동 공동의 적이 패퇴하자 수니파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의 종주국 이란의 갈등이 예사롭지 않다. 수니파 소속 레바논 총리가 지난주 돌연 사임한 것은 시아파의 영향력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IS 격퇴에 힘을 보탠 이란은 여세를 몰아 이라크·시리아를 거쳐 레바논을 잇는 ‘시아 초승달 벨트’ 재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사우디는 이란과 가까운 카타르와의 일방적 단교를 선언하기도 했다. 무자비한 테러를 벌이던 IS 격퇴는 반갑지만 세계의 화약고 중동에 잠복한 종파 갈등과 패권 다툼의 불씨가 되살아날 것 같아 걱정스럽다. /권구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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