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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이것만은 바꿉시다Ⅱ]"식당서 물어보면 일곱살이라 그래"…7,300원과 바꾼 양심

<3>무료·할인 앞 버려진 양심

레스토랑 미취학아동 할인에

초등생 자녀에 거짓말 강요







“식당에서 누가 물어보면 일곱 살이라고 해야 한다.”

“엄마, 나 여덟 살인데 왜 일곱 살이라고 해야 해. 학교도 들어갔잖아.”

“그냥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해.”

서울 종로의 한 패밀리 레스토랑 앞. 30대로 보이는 여성이 아들에게 신신당부했다. 아이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엄마가 왜 거짓말을 하라고 시키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엄마는 걱정이 되는 듯 다시 한번 당부했다. “꼭 일곱 살이라고 해야 해. 알았지?” 모자의 대화를 옆에서 지켜보던 아빠는 못 들은 척 딴청을 피웠다. 가족이 레스토랑 입구에 들어섰다. 점원이 아이의 나이를 묻자 아이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일곱 살이요”라고 답했다. 거짓말 덕분에 가족은 샐러드바 이용료 7,300원을 아꼈다. 이 레스토랑의 샐러드바는 생후 36개월까지는 무료, 36개월부터 미취학 아동은 7,500원, 초등학생은 1만4,8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아이 엄마는 샐러드바로 걸어가는 아들의 엉덩이를 툭 치며 “잘했어”라며 웃어 보였다.

레스토랑·테마파크 등이 제공하는 유아·소인 할인 혜택을 받기 위해 양심을 팔고 심지어 아이에게 거짓말까지 강요하는 부끄러운 부모의 모습이다. 이 때문에 가족 단위 손님이 많은 패밀리 레스토랑과 뷔페식당, 테마파크 등의 매표 직원들은 유아 할인 증빙에 골머리를 앓는다. ‘얌체 할인족’을 막기 위해 일부 레스토랑이나 테마파크 등은 나이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함께 제시해야만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서울 영등포의 한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김건희(가명)씨는 최근 곤혹을 치렀다. 한눈에 봐도 생후 36개월이 넘은 아이가 36개월 미만이라고 해 나이를 증명할 수 있는 건강보험증 등을 보여달라고 했다가 큰 소란이 났던 것. 김씨는 “아이 부모가 ‘내가 사기꾼처럼 보이느냐’며 소리를 질러 결국 조용히 넘어가기 위해 그냥 입장시켰다”며 “할인 혜택이 적용되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인데 왜 욕을 먹어야 하는지 서럽다”고 하소연했다. 얌체 할인족 탓에 직원뿐만 아니라 다른 고객도 불편을 겪는다. 지난 8월 가족들과 전남 여수로 여행을 떠난 김모(32)씨는 매표소 직원과 한 가족이 유아 할인 문제로 싸우는 통에 뙤약볕에서 30분 넘게 기다려야 했다. 김씨는 “할인 혜택을 받으려면 그것을 증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막무가내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보면 거짓이었던 것 같다”며 “돈 몇 푼 아끼려고 저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씁쓸했다”고 전했다.

KTX 탈땐 유아동반석 제도 악용

테마파크도 ‘얌체족’에 골머리



“경제적 이득에 사소한 비양심

아이 가치관에 지대한 악영향”



KTX의 유아 동반석 할인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KTX는 4세 미만 유아가 어른과 함께 탈 경우 2명까지 75% 할인된 가격에 좌석을 판매한다. 장기간 여행하는 유아들이 부모와 함께 편하게 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출산 장려를 위해 요금도 할인해주는 제도다. 하지만 일부 고객들은 이를 이용해 4세가 넘은 아이와 함께 타면서도 4세 미만으로 우기고 할인 혜택을 받는다. KTX 관계자는 “예매 시스템에 주민등록번호 등을 기입하는 제도가 없는 점을 악용하는 고객이 꽤 있다”며 “현실적으로 승무원이 기차 안에서 아이의 나이를 증명해달라고 요구하기도 어려워 못 본 척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패밀리 레스토랑, 테마파크, KTX 등이 얌체족들을 강하게 단속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미지 실추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얌체족 대부분이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어서 강경하게 대응했다가는 온라인 커뮤니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기업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주장들이 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테마파크 관계자는 “부모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서 이들에 대한 관리는 기업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설마 자기 자녀의 나이까지 속이는 부모가 있을까 하는 심정으로 엄격하게 검사를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한 대형 패밀리 레스토랑 관계자 역시 “할인 혜택 적용 대상인지를 엄격하게 시행하면 부모들과 마찰이 계속 빚어져 오히려 더 큰 손해가 날 수 있는 터라 검사를 강하게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는 사소한 거짓말과 비양심이 자녀의 가치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가정에서 부모의 행동을 자연스럽게 보고 배우면서 무의식적으로 ‘비양심 교육’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고강섭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민의식 수준은 상당히 올라왔음에도 실제 행동은 그에 따라가지 못하는 행태가 세대를 넘어 반복되고 있다”며 “부모의 낮은 시민의식 수준은 결국 자녀에게도 이어져 공동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우인·이두형기자 wipark@sedaily.com

10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매표소 앞에서 아이와 함께 놀이공원을 찾은 부모가 티케팅을 하고 있다. /송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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