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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일까? 아닐까?"...알쏭달쏭한 리커창 총리와 회담

靑 13일 文 대통령-李 총리 만남 명칭 혼선 헤프닝

'정상회담' 명명했다가 곧 '정상'명칭 빼서 공지

"시 주석과 정상회담후의 회담 때문"이라고 해명

형식상 집단지도체제인 중국 권력구조 따른 혼선

中총리는 상무위원 겸 국무 총괄해 '정상급' 맞고

다자간 정상회의에도 李 총리가 참석하지만

한중 해빙 무드 상황에서 민감한 中서열문제 감안하듯

문재인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저녁 필리핀 마닐라에서 리커창 중국 국무총리와 양자 회담을 갖는 가운데 해당 회담의 명칭을 놓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당초 청와대는 해당 회담이 ‘한중 정상회담’이라고 언론에 공식 브리핑했다. 그러나 몇 시간 뒤 출입기자단 공지를 통해 정상회담이 아닌 ‘리커창 중국 총리와의 회담’으로 일정 명칭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리 총리와의 회담을 정상급 회담으로 불렀지만 이번에는 지난 11일 베트남에서 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기 때문에 그에 이은 이번 리 총리의 회담은 정상회담으로 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헤프닝은 중국 특유의 집단지도체제 탓에 벌어진 일이다. 현재 시 주석은 권력의 정점에 서서 실질적인 1인 지배권력 구도를 확보했다. 하지만 형식적으로는 중국식 사회주의체제 특성상 중국공산당 정치국내 5~9명의 상무위원들이 만장일치 등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구조로 국정이 운영되는 만큼 의전 상황에 따라 정상급 인사가 시 주석 혼자가 아니라 복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상무위원내 서열 2위이자 자국내 국무를 총괄하는 중국 총리는 국가 주석과 더불어 정상급 인사로 대우 받아왔다. 실제로 과거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회담을 열 때도 우리 정부와 국내 언론은 한중정상회담으로 명명했다.

중국은 해외 정상들의 다자간 회의에 국가 주석이 아니라 국무총리를 참석시켜왔다. 중국 주석이 참석하는 해외 다자간 회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유일하다고 한다. 러시아 사정도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력은 실질적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독점하고 있지만 해외 정상들의 다자간 회의무대에는 APEC정상회의를 제외하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가 참석해왔다. 실제로 이번 아세안 관련 다자간정상회의에는 리 총리와 메드베데프 총리가 참석했다.



이처럼 기존 관례상 문제가 없음에도 청와대가 회담을 앞두고 부랴부랴 문 대통령과 리 총리간 회담 명칭에서 ‘정상’이란 명패를 제외한 것은 그만큼 우리 정부가 시 주석의 ‘심기 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문제를 둘러싼 한중간 갈등이 지난 10월 31일 양국 외교당국간 협의와 이달 11일의 한중정상회담에서 봉인된 상황에서 굳이 시 주석이 민감해 하는 자국내 권력 서열 문제를 우리측이 건드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한 외교 당국자는 “시 주석은 강력한 지배 구조를 확립했지만 최근 중국 공산당 대회 등을 거쳐 총서기 연임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당 안팎에서 적지 않은 도전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특히 리 총리는 시 주석에게 든든한 국정운영의 동지이자 다른 한편으로는 권력서열상 일정 부분 견제해야 하는 경쟁자이기도 하다는 게 중국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마닐라=민병권기자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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