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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5.4 강진...한반도 대지진 공포] 동일본 대지진 이후 지각 교란..."최대 7.0 강진 언제든 올수도"

강진 10개중 5개 최근 3년 집중..."더 큰 지진 가능성"

진원 깊이 5~9㎞...경주 지진보다 얕아 여진 대비해야

이번에도 경주떄와 같은 '양산단층' 부근서 발생한 듯





‘지진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한반도에 잇따라 강진이 발생하면서 한반도 대지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한반도는 환태평양지진대 안쪽에 자리해 비교적 안전한 지대인 것으로 알려져왔다. 인접국인 일본이 지진 발생으로 잦은 피해를 겪는 데 반해 상대적으로 ‘지진 안전국’으로 인식돼온 측면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지각에 교란이 발생해 한반도의 지진 발생 빈도가 높아졌다고 밝혔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올 9월 발표에서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반도에서 지진이 자주 발생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한반도 지각이 확장해 작은 임계 압축응력(단위면적당 작용하는 힘)에도 지진이 일어날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12년 2월 울산 앞바다에서 발생한 연쇄 지진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울산 동구 남동쪽 50㎞ 인근 해역에서 19~27일 2.0 중후반대의 지진이 총 5차례 발생했다. 지난해 9월 일어난 규모 5.8의 경주 지진도 마찬가지로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에 따른 것이라는 게 학계의 해석이다.

박정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은 “지진 발생 메커니즘은 경주 지진 때와 동일하게 동일본 대지진 여파로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단층이 미끄러지며 나는 주향이동 단층 활동에 따라 지진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주향이동 단층은 두 개의 지층이 좌우 방향으로 미끄러져 형성된 단층이다. 좌우 방향으로 비스듬하게 뻗은 이 단층의 일부가 축적된 힘을 방출하는 과정에 단층 왼쪽과 오른쪽이 어긋나면 지진으로 나타난다.

한반도의 지진 발생 빈도는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현대적 지진 관측이 시작된 후 가장 강한 지진 10개 중 절반인 5개가 최근 3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일어났다. 특히 1년2개월 만에 가장 강한 지진 1·2위가 모두 발생했다. 언제든 더 큰 지진이 추가로 일어날지 모른다는 뜻이다.

지질학계에서는 한반도 단층 구조상 최대 규모 6.5~7.0의 지진이 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지각판이 맞닿은 곳에서 지각판끼리 충돌이 벌어지면서 단층이 생긴다. 이번 지진은 경주 지진과 마찬가지로 양산단층(영덕·양산·부산 잇는 영남 단층대) 지류 부근의 장사단층(충남 오서산 단층대) 부근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지질학적으로 볼 때 한반도에서 발생할 지진의 규모는 최대 7.0 수준이라고 내다봤다.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만큼은 아니지만 지진 대비가 취약한 한국 특성상 피해는 더욱 심각할 수 있다. 특히 지진은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어 불안감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이날 발생한 포항 지진은 진원 깊이가 비교적 얕아 여진을 대비할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 지난 경주 지진은 진원의 깊이가 지하 11~16㎞ 부근이었지만 이번 지진은 5~9㎞로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지진이 서울 등 진원지에서 먼 곳에서도 감지된 이유이기도 하다. 박 센터장은 “지난해 경주 지진보다 규모는 작지만 더 얕은 곳에서 발생해 진동이 더 크게 느껴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원 깊이가 낮은 만큼 여진이 발생하면 피해가 더욱 심각할 수 있다. 이날 5.4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뒤 시차를 두고 규모 2.4~4.6 사이의 여진이 일어났다. 기상청 관계자는 “5.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수개월 동안 여진이 있기 때문에 크고 작은 여진이 계속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주 지진만 해도 이달 9일까지 여진만 640여회가 있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센터는 이동식 지진계를 포항 현장에 설치하는 등 여진에 대비할 방침이다.

북한의 핵실험과 지진 발생 빈도가 연관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핵실험을 계속하면 지반이 약해져 지진 발생에 더욱 취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지난달 13일까지 핵실험 장소 인근에서 모두 4차례의 자연 지진이 발생했다. 7월13일 북한 함경북도 나진 남동쪽 202㎞ 해역에서 규모 5.7의 강진이 일어났다. 이는 이번 포항 지진보다 큰 규모다.

지진의 위험성이 높아지면서 한국의 지진 대비 시스템도 대폭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기상청은 7월부터 지진 조기 경보 시스템을 개선, 운영하고 있다. 규모 5.0 이상 지진의 경우 관측 후 15~25초 내에 발생시각과 추정위치·추정규모·예상진도 등을 담은 경보·속보를 발표하고 있다. 지진에 대비한 지질조사도 지금처럼 일부 지역에 국한해 실시할 게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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