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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손이 건반에 닿자...한편의 詩가 울려 퍼졌다

■2017 사이먼 래틀&베를린 필

조성진, 라벨 피아노 협주곡 연주

2,500여명 관객 뜨거운 갈채에

등·퇴장 반복...5분간 앙코르 화답

피아니스트 조성진(앞줄 왼쪽)과 사이먼 래틀(〃 오른쪽) 베를린 필 상임 지휘자가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한 후 손을 맞잡고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사이먼 래틀(왼쪽 세 번째) 베를린 필하모닉 상임 지휘자와 피아니스트 조성진(// 두 번째), 진은숙(// 네 번째) 서울시향 상임 작곡가가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가 끝난 후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베를린 필하모닉과의 협연을 앞두고 지난 1일 첫 번째 리허설을 시작하면서 피아노에 앉았는데 바로 옆에 사이먼 래틀 상임 지휘자가 서 있는 거예요. ‘내가 지금 DVD를 보고 있는 건가…’ 라는 착각이 들었어요. (웃음)”

한국인 최초의 쇼팽 국제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로 성장한 조성진(23)은 19일 베를린 필과의 협연 직전 서울 서초구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사이먼 래틀과 함께 작업을 할 수 있어 너무나 큰 영광이었고 꿈만 같은 시간이었다”며 이같이 회상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조성진과 사이먼 래틀 베를린 필 상임 지휘자 겸 예술감독, 서울시립고향악단의 상임 작곡가인 진은숙이 자리했다. 19~20일로 예정된 내한 공연에서 베를린 필은 이튿날 진은숙의 신곡인 ‘코로스 코르돈’(현의 춤)을 한국 관객들에게 처음으로 들려준다.

조성진은 베를린 필과의 협연이라는 어릴 적 꿈을 이룬 것에 대한 기쁨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한국 무대를 끝으로 이번 투어가 막을 내린다는 사실에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4일 독일 베를린 현지에서 베를린 필의 협연자로서 공식 데뷔한 뒤 프랑크푸르트·홍콩을 거쳐 이날 국내 관객과 만났다. 애초에는 중국 피아니스트 랑랑이 ‘2017 사이먼 래틀&베를린 필’ 공연의 협연자로 내정돼 있었으나 뜻하지 않은 손목 부상을 당하면서 조성진이 긴급 투입됐다. 그는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래틀이 내게 해준 짧은 코멘트들은 음악가로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오늘이 투어의 마지막 공연이라 조금 서운하기도 하지만 다시 베를린 필의 초청을 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코멘트의 구체적인 내용을 묻는 질문에는 “너무 소중한 것이라 혼자만 간직하겠다”고 재치 있게 응수했다.

사이먼 래틀(가운데) 베를린 필하모닉 상임 지휘자 겸 예술감독이 내한 공연을 앞두고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피아니스트 조성진, 오른쪽은 진은숙 서울시향 상임 작곡가. /사진제공=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옆에서 조성진의 소회를 가만히 듣고 있던 래틀도 이 싱그럽고 파릇파릇한 기대주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랜 친구이자 가장 아끼는 피아니스트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이 어느 날 제게 ‘매우 훌륭한 피아니스트니까 그의 연주를 한번 들어봐’라며 조성진을 추천하더군요. 지메르만은 웬만해선 다른 연주자를 잘 칭찬하지 않기 때문에 처음엔 어디 아픈 줄 알았어요. (웃음)”

그러면서 래틀은 “이 지구상에 너무나 특별하고 재능 있는 연주자가 많지만 조성진이야말로 젊고 위대한 키보드의 시인(詩人)”이라고 극찬했다.



래틀은 20일 베를린 필이 국내 초연을 갖는 진은숙의 신곡에 대해서도 호평을 쏟아냈다. 그는 “6~7분 정도의 짧은 곡 안에 진은숙은 우리가 원하는 모든 테크닉과 컬러를 담아냈다”며 “진은숙의 음악 세계는 센세이셔널한 보석함과 같다”고 추어올렸다. 이에 진은숙은 “1984년 베를린 필의 첫 내한 공연 때 표 살 돈이 없어 세종문화회관 계단에 앉아 연주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며 “30년 후 베를린 필이 내 작품을 연주하게 될 것이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다. 작곡가로서 평생 갖기 힘든 영광”이라고 화답했다.

지난 2002년부터 베를린 필을 이끌어 온 래틀은 내년 이 악단을 떠나 런던심포니로 자리를 옮긴다. 국내 팬들로서는 이날 공연이 래틀과 함께 하는 베를린 필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던 셈이다. 래틀은 “새로운 오케스트라로 항해를 떠나게 돼 설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슬프고 아쉬운 마음도 든다”고 털어놓았다.

조성진은 이날 오후 5시부터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시작된 공연에서 베를린 필과 함께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했다. 조성진이 이 웅장하면서도 서정성 가득한 곡을 실어나르기 위해 때론 성난 사자처럼, 때론 요염한 암고양이처럼 건반을 두들기자 2,500여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뜨거운 갈채를 쏟아냈다. 멈추지 않는 박수에 등·퇴장을 네 차례나 반복하기도 한 조성진은 약 5분간의 앙코르 연주로 환호에 보답했다. 최은규 음악 평론가는 “협주자로서 돋보이려고 애쓰는 모습 대신 전체 음악을 조망하고 그 안에서 어우러지는 능력이 돋보였다”며 “오케스트라와 조화와 균형을 생각하는 실내악적 감각이 출중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공연에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내외 등 유명 인사도 여럿 눈에 띄었다. 베를린 필은 20일에는 진은숙의 신곡과 함께 스트라빈스키 ‘페트루슈카’,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3번을 연주한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사진제공=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사이먼 래틀(가운데) 베를린 필하모닉 상임 지휘자 겸 예술감독이 내한 공연을 앞두고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피아니스트 조성진, 오른쪽은 진은숙 서울시향 상임 작곡가. /사진제공=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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