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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단체 '그들만의 회계장부' <상>사찰 재정] 명진 스님 "승려가 직접 돈 만져선 안돼...신도회에 맡겨야"

■봉은사 재정공개 이끈 명진스님

사찰 분규 대부분 돈·이권과 연계

스님들 수행 집중해야 신뢰 회복

서울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는 명진스님. /권욱기자




“과거 사찰에서 발생한 폭력사건은 대다수 돈과 연계돼 있습니다. 스님들이 돈을 만지면 안 됩니다. 절의 재정은 신도회에 맡기고 스님들은 수행에 집중해야 불교계가 신뢰를 회복하리라 생각합니다.”

전 봉은사 주지 명진(사진) 스님은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구 한 카페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찰의 재정 투명성 강화를 위해 신도회에서 재정을 전담하도록 제도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진 스님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부자 사찰인 봉은사 주지를 맡으면서 그동안 대형 사찰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재정공개라는 업적을 남겼다. 봉은사는 명진 스님과 진화 스님의 재임 기간인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일반재정 수입과 지출 내역을 일반에 공개해 백서로 편찬했다. 수입 내역의 경우는 철야기도·새벽기도·독불공·사시기도·떡공양·신중기도 등 세부항목별로 나눠 금액을 공개했고 지출 내역 역시 출장비, 토지건물 임차료, 업무추진비 등 그동안 불투명했던 항목까지 세세하게 밝혔다. 명진 스님은 이와 관련해 “내가 봉은사 주지에 임명될 당시만 하더라도 나의 임명을 반대하는 세력들의 무력시위가 있었다”며 “주지승의 자리가 이권을 얻을 수 있는 자리여서 이런 분규 사태가 발생하는 것으로 판단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재정 공개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조계종 내부에서는 봉은사 재정공개를 불편하게 여기는 기류도 상당했다. 당시 조계종 총무원 내에서 상당한 지위를 지닌 스님이 사찰을 방문하면 거마비 명목으로 적지 않은 금액을 쥐어주고는 했는데 재정이 공개되면서 이런 관행도 사라졌다. 일부 종직을 맡던 승려로부터는 대접이 소홀해졌다는 항의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신도들의 지지는 상당했다. 봉은사는 명진 스님의 임기 동안 재정이 44%가량 증가했다. 2006년 봉은사의 일반 재정이 약 77억원 수준에서 2010년 111억원까지 증가한 것. 그동안 회계항목에서 누락했던 금액들을 정상 편성한데다 회계 투명성이 확보되며 신도들의 기부금 역시 늘었기 때문이다.



명진 스님은 한발 더 나아가 주지승이 가진 권한 가운데 예산편성권과 재정집행권을 신도회에 완전히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명진 스님은 “대만의 경우 스님은 포교와 교육에만 집중하고 재정은 신도회에서 관리한다”며 “조계종에서도 이같이 금융관리를 신도회 전문가들에게 넘겨 재정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명진 스님의 이 같은 개혁 주장은 조계종 내 핵심세력과 갈등을 빚었고 끝내 2010년 11월 봉은사를 떠나야만 했다. 명진 스님은 이와 관련해 “개인적으로 보면 너무 서둘렀던 감도 있다”며 “조선왕조 당시 시대를 앞서 갔던 개혁가 조광조가 떠오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명진 스님은 조계종의 회계 투명성 확보를 위해 종단의 선거제도 개편도 이뤄져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교구본사의 주지승 자리라는 것이 고달픈 수행자의 길이라면 금품을 살포하면서까지 그 자리에 앉으려고 하겠느냐”며 “불교계에서 더 이상 돈거래에 대한 추문이 나오지 않도록 하려면 대중이 원하는 사람으로 주지승을 뽑아야 하고 주지승 자리가 물질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자리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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