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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오버슈팅과 도시락 폭탄





2008년 이명박 정부 초대 경제팀을 이끈 강만수 재정경제부 장관과 그를 보좌하던 최중경 1차관은 ‘최강라인’으로 불린다. 두 사람은 외환시장이 투기꾼의 놀이터가 되는 것을 용인하지 않는 환율주권론자로 고환율정책이 선(善)이라는 믿음의 소유자라는 공통점도 있다. 초강경 매파로 구성된 환상의 복식조는 취임 초부터 한국은행을 집요하게 압박했다. 환율이 ‘오버슈팅’ 한다며 구두개입도 잦았다. 오버슈팅은 단기과열 또는 과민반응 정도로 풀이되는데 급변동한 환율이 장기적으로는 시장 기능에 의해 안정된다는 환율 결정 이론에서 유래된 용어다. 이런 구두개입은 시장 쏠림에 따라 부화뇌동하다가는 결국 손해를 볼 것이라는 경고의 뜻이 담겨 있다.

최강라인의 고환율정책은 일견 성공한 듯 보였지만 그해 여름부터 상황이 급변했다. 미국에서 금융위기의 전운이 감돌자 외국인 투자자금부터 빠져나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물가마저 급등하자 고환율정책은 설 땅을 잃어버렸다. 결국 최 차관이 반년도 못돼 희생양으로 경질되자 환율정책은 180도 달라졌다.



당국은 거래가 뜸한 점심때 달러 매도 물량을 집중적으로 쏟아냈다. 이를 흔히 ‘도시락 폭탄’이라고 한다. 거래가 한산한 식사시간에 적은 실탄을 투입하고도 효과를 높일 수 있기에 그랬다. 이때 환율방어전을 진두지휘한 이가 현재 금융위원장인 최종구 국제금융국장이다. 도시락 폭탄 투하에 이어 기준금리까지 인상됐음에도 1개월 뒤 미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환율은 천장을 뚫고 말았다.

최근 당국의 구두개입이 잦아졌다. 원화가치 상승이 너무 가팔라서다. 때마침 지난주 수능 국어시험에는 오버슈팅 관련 문제도 등장했다. 출제 당시 북핵 위기로 환율이 오버슈팅한 데 착안한 것으로 짐작된다. 6개 문항 가운데 그래프 문항은 한은 입사시험에도 나왔다니 불수능 국어문제로는 ‘역대급’이다. 30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외환시장이 살얼음판이다. 만약 예상대로 기준금리가 6년 만에 인상되면 원화강세에 가속도가 붙을 공산이 크다. 미국의 눈초리가 신경 쓰이지만 그래도 시장의 무질서한 변동이나 나 홀로 원화 강세까지 용인해서는 곤란하지 않겠나. /권구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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