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장치산업의 설비관리 분야는 어느 분야 보다 경쟁이 치열하다.
기반을 다져 놓은 기존 기업들은 풍부한 경험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새로운 기술력으로 무장한 신생 기업들도 꾸준히 생겨나면서 그야말로 정글과 같은 경쟁을 벌인다. 이런 시장 상황 속에서도 꾸준한 기술혁신과 철저한 원가절감으로 석유화학 장치산업의 설비관리 분야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주인공은 메츠. 이 회사는 석유화학 플랜트의 공정기계 및 각종 생산설비 유지·보수, 정기보수 공사, 플랜트 신설공사 설계·구매·시공을 아우르는 토탈 엔지니어링 회사다. 설립 후 16년간 꾸준히 성장해 창업 초 연 100억원 대였던 매출이 현재는 400억원대로 성장했다.
사실 메츠의 시작은 다소 불안했다. 메츠는 지난 2001년 삼성석유화학 울산공장장이었던 이중희(사진) 대표가 공장장 자리를 내놓고, 회사의 구조조정 대상이던 부하직원들과 함께 분사해 설립한 회사다. 당시 함께한 37명의 직원들은 물론, 이 대표 본인도 회사의 수명이 고작 4~5년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분사와 함께 계약이 보장된 기간이 딱 그 정도였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일정 기간 공사 물량을 받기로 약속돼 있었지만 회사가 언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었다”며 “대기업 직원이었다는 생각을 비우고 몸을 바닥까지 낮춰야 한다고 다짐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실제 이 대표는 분사 직후 직원 개개인의 자신감을 세우기 위해 연공서열을 과감히 폐지하고 대리였던 직원을 부서장으로 승진시킬 정도로 능력 위주의 인사를 단행했다. 또 각 부서별로 철저한 인센티브제를 도입해 경쟁체제를 유도했다. 아울러 모기업 의존비율을 단계적으로 낮추고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도 병행했다.
메츠의 성공 비결은 역시 차별화된 ‘맨파워’였다. 삼성석유화학 울산공장의 기술공정을 총지휘하던 공장장으로 관련 공정을 꿰뚫고 있는 이 대표의 20여년 기술 노하우와 직원들의 기술이 공정 하나하나 녹아들었다. 이 대표는 “임직원 대부분이 석유화학 관련 기술을 충분히 체득하고 있어 전사적으로 탄탄한 기술력을 갖춘 것이 회사의 경영 자립 기반을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기업의 경쟁력은 역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맨파워를 중시하는 경영인답게 직원들 교육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역 대학과 인적자원 상호교류와 교육훈련 정보 등을 공유할 뿐만 아니라 능력개발 교육프로그램을 함께 개발해 도입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16년 전 대기업의 구조조정 1호였던 직원들이 이제는 국내외에서 알아주는 석유화학플랜트 엔지니어로 거듭나 국내외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올 정도다. 하지만 이 대표의 갈증은 가시지 않는다. 직원들에게 보다 체계적이고 풍부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싶은 것이 이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대기업들은 직급에 따라 다양한 교육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만 중소기업은 체계적인 교육이 쉽지 않다”며 “정부 차원에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교육을 지원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메츠는 최근 체질변화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 동안은 석유화학 기업으로부터 발주를 받아 납품하는 것이 주력 사업이어서 대기업 의존도가 높았지만, 앞으로는 자체 제품을 통해 자생력을 더 키우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2년여의 연구개발 끝에 지난 2008년 인공지능형 다기능 디지털 가스안전밸브(헤스타) 개발에 성공했다. 석유화학 분야에서 터득한 기술을 가정용 가스기기에 접목한 것으로 기존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가스 밸브에 비해 성능이 뛰어나다는 게 메츠측 설명이다. 이 제품은 첨단 인공지능의 자동 밸브제어 기능을 갖춰 화재 발생 시 밸브가 자동 차단될 뿐 아니라 원터치 가스누설 점검 기능, 자동 밸브 상태 복귀 기능, 디지털 타이머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이 대표는 “엔지니어링 회사로서의 자부심이 있지만 수주산업만으로는 기업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경쟁사들 보다 가격과 품질에서 경쟁력을 갖춘 헤스타를 통해 새로운 성장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츠의 규모는 비록 중소기업 수준이지만 지역사회공헌 활동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생활형편이 어려운 지역의 가정을 선정해 자녀가 배움의 길을 계속 걷도록 매달 생활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 대표는 “사업을 하면서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매번 실감하고 있다”며 “가정형편이 어려워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일을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조그만 성의를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울산=장지승기자 j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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