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을 극적으로 합의했지만 아동수당은 기존 정부 예산안보다 후퇴했다. 당초 정부는 내년 7월부터 만 6세 미만 아동 253만명에게 월 10만원을 주는 아동수당을 지급하기 위해 1조1,009억원의 재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시행시기를 내년 7월로 할 경우 내년 지방선거에 이용될 수 있다는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시행시기가 9월로 미뤄졌다.
국민의당의 요구에 따라 지급 대상도 소득 상위 10%로 줄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대선 후보 당시 “소득 하위 80% 이하의 만 0~11세까지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주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시행시기가 늦춰지고 아동수당 지급 대상에서 소득 상위 계층이 빠지면서 예산 총액도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당초 보편적 복지 안에서 소득 상위 계층을 배제하는 선별적 복지 개념이 가미되면서 불필요한 행정비용이 뒤따르고 양육 지출이 큰 맞벌이 가구가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당초 정부안대로 통과됐지만 2019년부터 내년 예산안 규모를 초과할 수 없다는 단서가 달렸다. 정부 여당은 내년부터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국고에서 지원하기로 하면서 2조586억원의 예산을 책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교육 지방자치단체의 반발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북시도교육감협의회는 누리과정 예산이 예산안 통과의 8대 쟁점으로 부상하자 지난 3일 성명을 통해 “누리과정은 지난 정부에서 국가의 재정지원 없이 무리하게 시도교육청에 전적으로 책임을 전가하면서 지방교육재정을 파탄 지경에 이르게 했다”며 “누리과정 도입 이후 시도교육청의 지방채는 급속도로 증가해 2013년 3조원이던 지방채가 현재 13조원을 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북협력기금의 경우 정부가 내년도 일반회계로 제출한 1,200억원 중 400억원을 감액하기로 여야가 의견을 모았다. 북한이 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5형’을 발사하는 등 도발을 감행하자 예산 삭감을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이 한발 물러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남북협력기금은 일반회계를 포함해 당초 정부안의 1조462억원보다 837억원이 삼감된 9,642억원으로 확정됐다. 남북협력기금은 일반회계 민생협력 지원, 개성공단 기반 조성 등 총 10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그간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을 지적하며 일반회계 전액 삭감을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전액 삭감하게 되면 박근혜 정부 때보다도 예산이 적어진다”고 반대해왔지만 끝내 의견을 굽히며 박근혜 정부가 편성한 올해 예산안보다도 약 3억원이 줄어든 금액에 합의했다.
예산부수법안으로 법인세법과 함께 여야 간 대립이 컸던 소득세법의 경우 정부안이 유지됐다. 소득세의 경우 여당은 최고세율 과표구간을 3억∼5억원은 40%로, 5억원 초과는 42%로 각각 2%포인트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에 대해 야권은 “1년의 유예시간을 갖자”며 맞섰다. 민주당은 1년의 시간을 갖자는 야당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법인세법을 원안대로 처리하려 했지만 법인세 최고세율 구간을 완화하자는 야당의 입장을 받아들이면서 소득세법은 원안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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