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교육원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어린 학생의 잠재 능력을 조기에 발굴해 계발하기 위한 영재교육원은 영재고·영재고 진학을 위한 ‘사전 코스’로 여겨지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조기 교육이 일반화되고 입시에 도움이 안 된다고 알려지면서 경쟁률이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10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접수 마감된 서울시교육청 산하 11개 교육지원청의 영재교육원은 올해 2.2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총 5,980명을 뽑는데 1만3,339명이 지원했다. 경쟁률은 2016년 2.96대 1과 2017년 2.66대 1에 이어 3년 연속 하락세다.
영재교육원은 크게 대학부설 영재교육원과 전국 지역별 교육청 영재교육원, 각 학교 운영 영재학급에서 이뤄진다. 이 가운데 정부 예산 지원이 없는 영재학급을 제외하면 교육청 영재교육원이 전체의 절반을 넘는 비율로 가장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한때 영재고와 과학고의 사전 코스로 알려졌던 영재교육원이 학부모 관심에서 멀어진 가장 큰 이유는 ‘입시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서울 강남의 한 학부모는 “영재교육원 출신이라는 점이 입시에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을 주변 학부모들이 대체로 알고 있다”며 “오히려 아이가 ‘영재’라는 부담 때문에 기대에 못미치는 성과를 내는 사례도 많이 봤다”고 말했다. 특목고 입시에서 가점을 받을 수 없고 자기소개서에 영재교육원 출신이라는 사실조차 적을 수 없어 효용성이 낮다는 얘기다. 게다가 방과 후나 주말을 이용해 수업을 받아야 하다 보니 사교육을 받는 일반 학생보다 성적 향상이 더디다며 영재교육원을 포기하는 학부모들도 있다. 정부가 수시와 학생부종합전형 등 내신 위주의 입시 정책을 강화하는 추세여서 내신 관리에 집중하는 게 더 낫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잠재 능력을 발굴한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영재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로 영재교육원이 채워지는 등 희소성 자체가 낮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작 영재 교육이 필요한 학생들이 영재교육원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마저 벌어지면서 당초 교육 목적이 퇴색했다는 지적이다.
영재교육원에 자녀를 보냈던 한 학부모는 “일부 (영재교육원) 프로그램은 일반 학생들이 감당할 수 없는 높은 수준이라 학생들의 학습 의욕을 오히려 떨어뜨린다”며 “영재교육원 다닐 시간에 학원을 보내는 게 더 도움이 된다는 학부모가 많다”고 전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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