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성적이 엉망이에요. 3년 동안 공부한 게 다 허무해요. 이 글을 쓰면서도 눈물이 나네요. 딱 죽고 싶어요.”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배포된 지난 12일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글이다. 인생이 송두리째 잘못된 것처럼 느껴 죽음까지 생각하는 좌절감이 전해진다.
수능을 치르고 성적표를 받는 11~12월은 성적을 비관해 자살하는 학생들이 많은 시기여서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13일 교육부에 따르면 학생 자살은 2012년 139명, 2013년 123명, 2014년 118명, 2015년 93명으로 최근 수년간 줄곧 줄었지만 지난해 108명으로 다시 늘었다. 고등학생 자살 증가가 눈에 띈다. 지난해 고등학생 자살자는 80명으로 전년의 65명보다 15명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학생 자살자 수가 93명에서 108명으로 15명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늘어난 고등학생 자살자 수만큼 전체 자살자가 늘어난 셈이다.
수능을 끝낸 수험생의 안타까운 죽음을 막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선 곳이 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이날부터 청소년의 고민을 들어주면서 자살을 예방하는 ‘다 들어줄 개’ 캠페인을 시작했다. 청소년이 직접 고민을 털어놓고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는 홈페이지(www.lifedogs.or.kr)를 내년 3월까지 운영하기로 했다. 홈페이지에서는 어려운 현실에 부딪힌 아이들을 구해내는 다섯 마리 개들의 활약상을 담은 동영상도 공개한다. 이종서 생보사회공헌재단 이사장은 “재단은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와 함께 지난 10년간 자살 문제를 다뤄온 경험을 토대로 수능 성적 발표 이후부터 대입 합격 발표 때까지 청소년 자살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청소년 자살 문제 해결의 시작은 자살 위험에 놓인 청소년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듣고 보듬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민형기자 kmh20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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