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출신의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골리(골키퍼) 맷 달튼(31·안양 한라). 그는 14일(이하 한국시간) 태극마크를 달고 모국 캐나다를 상대했다. 지난해 3월 특별귀화를 통해 한국인이 된 그에게는 ‘한라성(소속팀 한라+철옹성)’이라는 한국이름도 있다. 캐나다는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랭킹 1위에 빛나는 세계 최강. 달튼은 귀화 이후 처음 만난 캐나다 대표팀을 상대로 그야말로 신들린 선방을 선보였다.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달튼의 선방쇼를 앞세워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쳤다.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이날 러시아 모스크바의 VTB아이스팰리스에서 열린 2017 유로하키 투어 채널원컵 개막전에서 캐나다에 2대4로 아깝게 졌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두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남자 아이스하키는 그간의 뚜렷한 훈련성과를 확인하며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 예전 같으면 참가조차 어려운 대회인데 올림픽 개최국이라는 타이틀 덕에 값진 평가전 기회를 얻었다.
캐나다는 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통산 9회 우승팀. 지난 2011년 외국의 한 유명 블로거는 “캐나다가 한국과 경기하면 162대0으로 이길 것”이라고도 했다. 개최국 자격으로 평창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은 캐나다·체코(6위)·스위스(7위)와 함께 A조에 편성됐다. 한국의 목표는 1승. 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아 ‘꿈의 1승’으로 불려 왔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가 소속 선수를 평창에 파견하지 않기로 한 결정이 대표팀 성적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그래도 완패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한국은 그러나 출전 선수 25명 중 23명이 NHL 출신으로 구성된 캐나다를 이날 거세게 밀어붙였다. 2피리어드 10분이 지날 때까지 2대1로 앞섰고 종료 32초 전까지 1점 차 승부를 펼쳤다. 달튼이 골문으로 향하는 56개의 소나기 유효슈팅(한국은 10개) 가운데 무려 53개를 막아낸 가운데 지난 시즌 아시아리그 최우수선수(MVP) 김상욱(한라)은 2골을 터뜨렸다.
아이스하키에서 골리는 팀 전력의 60% 이상을 책임진다. 야구의 에이스 투수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세계 2위 리그인 러시아대륙간리그(KHL)에서 2011년부터 3년간 활약하다 2014년 국내 실업팀 한라에 입단한 달튼은 평창올림픽을 위해 지난해 귀화했다. 그는 출전하는 경기마다 철옹성처럼 골문을 사수하고 있다. 이날 내준 마지막 한 골은 종료 직전 나온 엠프티넷 실점(골리를 뺀 상황에서의 실점)이었다. 백 감독은 1골 차 상황에서 달튼을 빼고 추가 공격수를 투입, 승부수를 띄웠지만 끝내 연장까지는 가지 못했다. 한국은 15일 오후9시 세계 4위 핀란드와 2차전을 치른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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