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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과 도태..."헝거게임 같은 K팝산업"

[샤이니 종현 비보로 본 K팝 그늘]

연습생부터 치열한 생존경쟁

정서적 갈등 해결하는데 취약

스타덤 뒤에 엄청난 압박·고통

팬들 눈물의 조문...21일 발인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아이돌 그룹 샤이니 종현의 영정사진. /사진공동취재단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멤버 종현이 18일 세상을 떠난 이튿날인 19일부터 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 매서운 한파에도 불구하고 장례식장 입구부터 지하철 2호선 잠실나루역과 버스정류장까지 종현을 애도하기 위해 몰려든 국내외 팬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10대부터 20대 그리고 한국인뿐만 아니라 히잡을 쓴 말레이시아 팬, 금발의 파란 눈의 미국 팬들은 흐느끼기도 했고 울음을 참지 못해 오열하기도 했으나 질서 정연하게 종현의 마지막 길을 함께 했다. 유가족 장례식장인 2층은 물론 팬들이 애도 공간으로 마련된 지하 1층은 이날만 4,000여 명이 넘는 조문객이 빈소를 찾아 눈물 속에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종현의 뜻하지 않은 죽음에는 K팝(Pop)의 짙은 그늘이 도사려 있었다. 샤이니 종현의 비보가 전해지자 미국의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19일(현지 시간) “한국의 연예산업은 강한 압박으로 유명하다. 마치 ‘헝거게임’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다”며 K팝 아이돌이 받는 압박에 대해 비판했다.

종현 자신도 평소 우울증을 앓았으며, 마지막 순간까지 그 고통을 호소했다. “난 속에서부터 고장났다. 천천히 날 갉아먹던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고 난 그걸 이길 수 없었다”고 시작하는 그가 남긴 유서에서는 그가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음이 “세상에 알려지는 건 내 삶이 아니었나봐. 다 그래서 힘든 거더라. 부딪혀서, 알려져서 힘들더라. 왜 그걸 택했을까. 웃긴 일이다.”라는 속내에서는 인기 스타로서 겪어야 했던 고충이 그대로 전달됐다. 종현의 경우 뿐만 아니라 지나친 체중 조절, 관심을 넘어서 폭력에 가까운 대중의 관심, 공황장애 등 역시 아이돌이 겪어야 하지만 감내하기는 어려운 고통이다.

아이돌은 ‘7년차 징크스’를 넘기지 못하는 데다 가수로서의 생명이 길어야 10년을 넘기지 못하는 탓에 10대부터 기획사에 연습생으로 들어가 치열한 경쟁을 경험하고, 연습에 매진해야 빨리 데뷔할 수 있기 때문에 학교서 또래 집단과의 친밀감을 형성하면서 정서적인 갈등을 해결하는 데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기획사에서는 정신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가 하면 일기 쓰기 등을 통해 이상 징후를 발견하려는 시도를 하지만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속내를 털어놓는 순간 나약해지고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라는 압박이 상당하다”며 “또 정신과 치료 혹은 상담을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조차 약점이 될 수 있어서 두려워하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아이돌그룹 샤이니 종현의 빈소가 마련된 19일 오전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많은 팬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사실 방탄소년단이 미국 빌보드 시상식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 상을 수상하는가 하면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무대에 올라 단독 공연을 펼치는 등 K팝은 그야 말로 전 세계적인 팬덤을 보유한 유일한 비 영어권 대중음악으로 자리매김했다. 방탄소년단에 앞서 엑소(EXO), 원더걸스, 소녀시대 등 수 많은 K팝 아이돌 역시 해외 팬들의 커다란 사랑을 받았으며 스웨덴 등 유럽에서는 수 많은 K팝 작곡가들이 K팝 음악을 만들어내 세계인들이 K팝에 주목하고 있음이 속속 증명됐다. 음악뿐만 K팝 시스템 역시 세계가 주목하는 제작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톱스타가 돼 대중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 K팝 가수뿐만 아니라 연습생에 그치거나 데뷔 이후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이들 역시 세계가 부러워하는 K팝 산업의 그늘이다. 중소기획사 출신의 아이돌을 경쟁시켜 새로운 팀을 꾸려 활동을 하게 하는 ‘프로듀스 101’(Mnet) ‘믹스나인’(JTBC) ‘더 유닛’(KBS2) 등 프로그램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것. 이 프로그램을 통해 연습생들은 또 한 번 재기의 기회를 노리지만 이 역시 경쟁과 도태로 점철된 K팝을 소비하는 방식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그럼에도 한국 대중문화 산업 중 막강한 비중을 차지하는 K팝 아이돌은 스타덤에 오르면 부와 명예를 동시에 쥐게 돼 청소년들이 가장 되고 싶어하는 직업 중 하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타가 되는 것 역시 ‘하늘의 별 따기’인데 K팝 가수가 되겠다는 연습생도 중소 기획사도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빈소가 마련된 날부터 발인까지 국내외 팬들뿐만 아니라 이수만 에스엠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를 비롯해 강타·보아·소녀시대(태연, 윤아, 서현, 효연, 유리)·f(X) 크리스탈·NCT·레드벨벳·엑소(시우민, 첸, 디오, 세훈) 등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식구들이 빈소를 다녀갔다. 또 이승철, 유희열, 윤종신, 이적, FT아일랜드, 방탄소년단, 블락비 지코, 아이유, 빅스, 하상욱 시인, 개그맨 박성광과 김신영 등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샤이니의 멤버 민호, 온유, 태민, 키가 상주로 조문객을 맞았으며 발인은 21일이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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