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꿈이 있다면 최불암 선생님이 지켜오신 15년 그 이상의 시간을 이 프로그램과 함께하는 것입니다.”
지난 14년간 한국방송(KBS)의 교양 프로그램 ‘한국인의 밥상’을 이끌어온 배우 최불암에게서 바통을 이어받은 새 진행자 최수종(사진)은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신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선생님의 그림자를 밟을세라 조심하면서 그 발자국을 뒤따라가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인의 밥상’ 700회를 기념해 열린 이날 간담회에서 그는 “‘한국인의 밥상’ 하면 최불암 선생님이고 선생님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며 “처음부터 한꺼번에 바꾸려고 하기보다 ‘한국인의 밥상’이 최수종화할 수 있도록 하나하나 익혀가면서 촬영에 임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인의 밥상’은 지역 대표 음식들의 숨겨진 이야기와 역사·문화 등을 아름다운 영상과 깊이 있는 취재를 통해 매주 한편의 ‘푸드멘터리’로 꾸며내 오랫동안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맛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통의 소중함을 일깨운 것이 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비결로 꼽힌다.
‘한국인의 밥상’이 처음 방송된 2011년 1월부터 MC 자리를 지켜온 최불암은 “이제 든든한 후배에게 (자리를) 물려주고자 한다”며 699회를 기점으로 물러났고 700회부터 최수종이 새로운 진행자로 나선다. 최수종은 “이제까지 네 번의 촬영을 진행했는데 하루 평균 이동 거리가 900㎞가 넘는다”며 “최불암 선생님께서는 이걸 어떻게 하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네 번의 촬영 동안 총 여덟 곳의 지역을 방문했는데 그곳에서 맛본 음식들은 다 태어나서 처음 먹어본 음식이었다”며 “너무 신기하고 감사한 경험이었다”고 돌아봤다.
최수종은 ‘한국인의 밥상’ 촬영 도중 만났던 사람들을 떠올리며 갑자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아흔이 넘은 어르신들의 ‘내가 죽기 전에 최수종 당신을 보니 행복하다’는 말이 참 감동이었다”며 “역사에 관심이 많다는 한 초등학생이 ‘강감찬 장군님(최수종이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에서 연기한 인물) 사인해주세요’라며 반겨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불암 선생님이 아버지의 시선으로 사람들을 만나셨다면 저는 아버지, 아들, 삼촌, 이웃집 형이나 오빠의 역할도 해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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