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백일 공간세라믹 대표가 자체 개발한 조립식 내진벽돌을 들고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정민정기자
지난 2012년 9월 조백일(63·사진) 공간세라믹 회장은 규모 5.6의 지진으로 81명이 사망하고 821명이 다친 중국 윈난성 지진 소식을 접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건물이 무너져 내리면서 떨어지는 벽돌에 맞거나 깔려 죽는 참혹한 모습이 TV 화면을 가득 메웠다. 당시의 안타까움이 국내 첫 조립식 내진벽돌이 탄생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조 회장은 20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4년 전부터 개발에 나선 조립식 내진벽돌은 규모 6.5의 강진에도 끄떡없는 내진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 만큼 건축물의 내진 기능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규모 5.8의 경주 지진에 이어 11월15일 규모 5.4의 포항 지진이 발생하자 한반도 전역이 지진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더욱이 내진설계가 필요한 건축물 중 80% 이상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통계가 발표돼 우려가 적지 않다.
조 회장은 “기존 벽돌 조적(쌓아 올리는 방식) 방식의 구조는 지진이나 강한 바람이 불면 콘크리트 벽체가 쉽게 갈라지거나 벽돌이 건물에서 떨어지기 쉽다”며 “지진을 막을 수는 없지만 벽돌 건축물에 따른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도움될 것”이라고 했다.
2012년 가을 조 회장은 윈난성 지진에 충격을 받고 내진벽돌 개발을 시작했다. 공간세라믹벽돌기술연구소 연구원들이 2년간의 연구개발(R&D) 끝에 벽돌과 벽돌 간, 벽돌과 벽체 간 부착 면적을 넓혀 강도를 높이고 벽돌의 연결부로 결속력을 높이는 방식을 고안했다. 조립식 내진벽돌은 사슬(레고)처럼 서로 맞물리게 만들어 외부 충격에 개별 벽돌이 떨어져 나가는 현상(탈락)을 근본적으로 차단했다. 동시에 벽돌 안쪽에 철물 삽입부를 만들어 연결 철물(브라켓)과 건물 옹벽 사이가 떨어지지 않도록 이중 부착 장치까지 개발했다. 2015년 특허 등록을 신청해 지난해 특허를 취득했으며 내년에는 상용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조 회장은 “내진설계가 적용되는 건축물은 철근과 콘크리트로 지어지는 건물 자체로 외벽에 쌓아 시각효과를 높이는 치장재인 벽돌에는 그런 규정조차 없다”면서 “이번 포항 지진에서 확인했다시피 지진이 발생하면 건물 내·외부 벽체에 쌓아 올린 벽돌부터 떨어지면서 인명 피해를 입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공사 입장에서는 기존에 내진설계 규정을 지켜야 하는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에 더해 내진벽돌까지 사용하는 게 비용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안전성을 확보한 건물을 짓는 게 인명 피해나 재산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상반기 포항공대 등 대학 내 연구소와 손잡고 내진시험 성적을 공인받고 안착한 후 일본이나 대만·중국 등 지진 피해가 잦은 국가들을 대상으로 해외 수출에도 나서기로 했다.
공간세라믹은 현재 친환경 조적 벽돌인 아리아·콘서트·클래식·오페라를 포함해 일라이트나 견운모·토르마린 등 천연 고기능 광물을 융합한 내부 인테리어용 타일식 벽돌 힐링 아뜰리에 등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올해 85억원의 매출을 기대하는 이 회사는 내년에는 조립식 내진벽돌의 상용화에 힘입어 100억원 고지를 넘는다는 각오다.
/정민정기자 jmin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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