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를 겪으면서도 비장애인 선수들과 동등하게 경쟁하는 테니스선수 이덕희(19·현대자동차 후원)를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가 집중 조명했다.
ATP 투어는 최근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한 ‘불굴의 이덕희’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통해 이덕희와 그의 어머니, 코치, 소속사 관계자 등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이덕희는 청각장애 3급의 어려운 여건에도 지난 4월 세계랭킹 130위까지 오르는 등 선전을 거듭하고 있다. 올 초에는 메이저대회 출전 가능성을 키우기도 했다. 아시아-퍼시픽 와일드카드 예선 대회와 호주 오픈 예선 등 두 차례 기회에서 1승만 더했더라면 메이저 호주 오픈 본선 진출의 꿈을 이룰 수 있었으나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ATP 투어는 이덕희를 “아시아에서 장래가 밝은 유망주 가운데 한 명”이라고 소개하며 “그의 놀라운 여정은 매우 특별하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고 평가했다. 이덕희는 이 영상에서 “테니스는 내가 일반 사람들과 경쟁에서 이길 좋은 기회”라며 “특별한 대우를 받지 않고 더 발전해서 세계 최고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여섯 살 때 내게 청각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충격을 받았다”며 “경기에서는 심판과 소통이 되지 않아 어려운 면이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공을 치는 소리를 듣지 못해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이덕희는 “주위에서는 청각장애 때문에 좋은 선수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하지만 그들이 틀렸다는 사실을 꼭 증명해 보이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덕희를 지도하는 임규태 코치는 “평소에는 입술 모양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그게 어려우면 글을 쓰거나 휴대폰 메시지를 이용한다”고 소개했다. 임 코치는 “덕희의 가장 큰 장점은 강한 정신력”이라며 “경기에서 자신과 상대 선수의 강·약점을 빨리 잡아내는 영리한 선수”라고 평가했다. 올해 전반기부터 슬럼프에 빠져 200위대로 밀려나기도 했던 이덕희는 이달 초 인도네시아 퓨처스 대회에서 우승하며 다시 랭킹을 200위 안쪽으로 끌어올렸다. 다음달 1일 ATP 방콕 챌린저로 새해를 여는 이덕희는 1월15일 개막하는 호주 오픈 예선에 출전해 생애 첫 메이저 본선 진출에 재도전한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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