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던 평창올림픽 입장권 대량 취소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세계 랭킹 1위이자 일본의 ‘피겨 아이돌’인 하뉴 유즈루(23)가 내년 평창올림픽에 참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25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빙상연맹은 평창올림픽 피겨 남자 싱글 출전권 3장 중 1장을 하뉴에게 주기로 최종 발표했다. 평창올림픽 출전명단은 지난 24일 도쿄에서 일본선수권이 끝난 뒤 현장에서 발표됐는데 하뉴의 이름이 불리자 빙상장은 떠나갈 듯한 환호로 뒤덮였다. 하뉴가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음에도 팬들은 응원 배너 등을 준비해와 대회장을 하뉴의 올림픽 출정식처럼 만들어놓았다.
평창올림픽 입장권 판매율은 현재 60%를 조금 넘어서고 있는데 여기에는 하뉴의 역할이 아주 크다. 내년 2월16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릴 피겨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은 1장에 15만원인 C석과 35만원짜리 B석은 물론 55만원에 이르는 A석도 매진된 상황이다. 메달이 결정되는 2월17일 프리스케이팅 티켓은 A석이 60만원으로 쇼트보다 5만원 더 비싼데 이 역시 남는 표가 없다. 프리의 경우 휠체어석까지 완전 매진. 일본에서 단체로 예매한 물량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강원도 관계자는 “일본에서 남자 싱글 티켓을 구할 방법이 없는지 강원도와 올림픽 조직위원회에 계속 연락이 올 정도다. 그렇지만 우리도 달리 방법이 없어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했다.
하뉴는 현재 부상 중이다. 지난달 9일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NHK트로피 연습 도중 쿼드러플(4회전) 러츠 점프를 시도하다 넘어져 오른쪽 발목 인대를 다쳤다. 이후 회복이 더뎌 평창올림픽 선발전인 일본선수권마저 불참했다. 일본연맹은 세계랭킹 등 다른 기준을 토대로 하뉴를 뽑았다. 확률은 낮았지만 만약 부상 정도가 심해 올림픽을 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면 평창올림픽 피겨 남자 싱글은 대규모 티켓 취소 사태를 맞을 수도 있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하뉴가 출전하지 못한 일본선수권의 남자 싱글 프리 시청률은 11.8%에 그쳤다. 여자 프리 시청률(14%)에 밀릴 정도로 하뉴의 공백을 절감했다.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남자 싱글 금메달을 따낸 하뉴는 현재 세계 1위이자 세계기록 보유자다. 세계 남자 싱글의 쇼트(112.72점)와 프리(223.20점), 총점(330.43점)에서 모든 최고점을 하뉴가 기록했다. 또 ISU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세계선수권에서 2회 연속 정상에 올랐다. 곱상한 외모까지 갖춰 TV 광고도 여러 편 찍는 등 일본 여성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센다이 출신에 어릴 때부터 천식을 앓아 흡입기를 항상 챙기는 사연은 팬들의 보호본능을 자극한다. 올 2월 강릉에서 열렸던 4대륙선수권에도 일본에서 온 원정응원단이 3,000~4,000명이나 됐다.
올림픽 피겨 남자 싱글 2연패 기록은 1948·1952년 미국의 딕 버튼이 마지막이었다. 하뉴는 66년 만의 대기록에 도전한다. 강릉 4대륙선수권에서 하뉴를 제치고 우승했던 ‘점프 괴물’ 네이선 천(18·미국) 등과 금메달을 다툴 것으로 전망된다. 관건은 실전 감각 회복이다. 하뉴는 최근 얼음을 타기 시작했지만 아직 점프 등 본격적인 연습은 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평창올림픽 개막일인 내년 2월9일 열리는 남자 단체전 쇼트에 출전, 실전 감각을 조금이라도 더 끌어올리는 방법도 고민 중이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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