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명의 생명을 앗아간 ‘제천 화재’가 발생했던 스포츠센터 ‘노블휘트니스 스파’의 소방·안전관리가 엉망이었던 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건물 안전에 책임이 있는 건물주와 담당자의 부실한 관리가 화재를 더욱 키웠던 것으로 조사 결과 나타나고 있다.
경찰수사본부는 25일 스포츠센터의 건물주 이모(53)씨와 관리인 김모(50)씨의 자택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화재 원인과 관리 부실 등을 규명하기 위해 이들의 휴대폰과 자동차 등도 압수했다.
경찰은 현재 이들을 체포해 수사하고 있다. 이씨에게는 업무상과실치사상과 소방시설법 위반 혐의를, 김씨에게는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26일 오전 두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경찰은 건물 안전관리에 총체적 부실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지난달 30일 실시했던 소방점검이 부실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살펴볼 예정이다. 화재를 119에 처음 신고한 사람은 이 건물 1층 사우나 카운터에서 근무하던 여성 직원 A씨인 것으로 밝혀졌다. 신고 당시 자신을 행인이라고 밝힌 A씨는 신고 후 건물 밖으로 빠져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노블휘트니스 스파는 소방법 위반투성이로 화재에 대비한 기본 요건조차 갖추지 못했던 것이 수사 결과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 스포츠센터는 2급 소방안전 관리자 선임 대상 건물로 ‘소방시설 설치 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년 1~2회 의무적으로 소방시설을 종합점검해 관할 소방서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건물은 1층 출입구와 피난유도등 작동 여부 등 경미한 사항만 확인하고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2층 여탕은 ‘셀프 점검’으로 마무리됐다. 또 강원도 춘천의 소방안전점검 전문업체 J사는 지난달 30일 하루 동안 복합상가 전 층을 돌며 안전점검을 했지만 목욕 바구니가 잔뜩 놓인 비상구는 확인하지 않고 돌아갔다. 소화기도 출고된 지 10년이 지나 사용할 수 없었다. 화재 당시 1층 로비에 설치된 스프링클러 356개도 알람 밸브가 잠겨 있어 전부 작동하지 않았다. 소방청이 사고 직후 요원을 투입해 직접 확인한 결과다.
불법증축한 8·9층의 아크릴·천막 재질 지붕도 희생을 키웠다. 화재 발생 후 ‘온실효과’가 발생하면서 연기와 유독가스가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비상구가 막혀 있던 2층 여자 사우나에서 가장 많은 20명의 희생자가 나온 데 이어 나머지 9명(6층 2명, 6∼7층 계단 2명, 7층 4명, 8층 1명)의 시신은 모두 건물 상층부에서 발견됐다.
건물 주변 환경마저 악재를 키웠다. 제천소방서 대원들이 신고 접수 후 7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정작 구조 작업은 30여분 뒤에나 시작됐다. 스포츠센터로 진입하는 양쪽 길목에 불법주차 차량이 늘어서 있는 탓에 6~7대의 견인차량을 동원해 차량을 전부 이동해야 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증축 및 용도변경 사실이 드러나 관련자 처벌이 불가피한데다 화재와의 연관성이 입증되면 더 무거운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며 “앞으로 불법 건축행위와 화재의 연관성 입증과 관련자 처벌 수위를 정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천=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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